'황금돼지해'라는 특별한 설레임 속에 시작했던 2007년 정해년 한 해가 많은 회한과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고 있다. 외환위기 10년, 민주화 20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으로 인해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10년 만의 집권세력 교체는 지난 시기의 성과와 과오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귀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새 출발을 위해 저무는 한 해에 실어 보내야 부정적 유산은 무엇일까. 먼저 분열과 반목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은 도덕적 우월성에 사로잡혀 반대세력을 적대시하고, 모든 분야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편 가르기로 대립과 갈등의 아픈 상처를 남겼다.
비주류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의 정치가 절실했지만, 반대로 분열의 정치로 치달았다. 경제 분야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정책으로 인해 규제완화는 겉돌았고, 기업은 투자의욕을 상실하게 됐다. 기자들이 정부 청사 바닥에 앉아 촛불을 켜놓고 기사를 쓰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 낳은 상징적인 풍경이다.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는 하루 빨리 치유해야 할 고질병이다. 빈부의 양극화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수도권과 지방,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양극화는 사회 모든 분야로 파고들었다.
7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5.9%인 570만 명으로 더 증가했다. 중견업체 이랜드 근로자들은 오히려 이 법으로 인해 변칙해고를 당한 채 6개월째 거리투쟁을 벌이고 있다. 20대의 95%를 비정규직으로 가정한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끈 것도 젊은 층의 좌절을 대변한다.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과제가 됐지만, 고용 없는 성장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10억원을 투자할 때 고용증가 인원은 2003년 36.7명에서 2004년 18.2명, 지난해는 2.3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 줄어든 일자리를 서비스업에서 창출해야 하지만, 금융 법률 컨설팅 디자인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쟁력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역동성의 상실이 심각해진다. 1970년대 수출신화와 1980년대 해외건설 신화를 낳았던 기업인들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위험기피 풍조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600%가 넘는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한창 패기만만 해야 할 젊은이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장에 구름처럼 몰리고 있는 현상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암울하게 한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나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의혹,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학력위조 파문 등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낮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돌아보게 했다.
산업화를 넘어 민주화를 일궈낸 우리 국민의 저력이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되새기며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