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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이 전하는 '늦은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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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이 전하는 '늦은희망' 메시지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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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월을 보내면서 점점 그 크기가 작아지는 게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닐까. 몸의 크기가 자라고 부의 규모가 부풀어도 사람의 꿈은 갈수록 왜소해지기 마련이라고 말들한다.

장사익(59)을 만난 이유는 그가 국악과 현대 대중음악을 절묘하게 결합해 1994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5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활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늦은 희망’이 전하는 메시지를 배우고 싶다는 바람이 무엇보다 앞섰다. 일년 중 희망을 얘기하기 가장 좋은 정월 첫 주. 지난해 미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등 지구촌 재외동포들에게 희망을 주는 무대를 이어온 ‘가객’ 장사익의 부암동 자택을 찾았다.

그의 집 2층 거실에 앉아 인왕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겨울 햇볕이 끄트머리까지 닿는 이 집이 천국’이라고 쓰인 장사익의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46세의 나이에. 그것도 20년 넘게 카센터에서 보험회사 직원까지 갖가지 직업을 겪고 난 후 선택했던 가수의 길. 이후 14년 동안 소리꾼으로 가차없이 달려온 그에게 늦더라도 품어야 하는 희망의 이유를 물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른 것이죠. 봄에 아주 일찍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목련을 보면 이놈이 성질이 급해가지고 벌써 가을부터 이파리에 꽃 기운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질 정도랍니다. 그러다가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가 무섭게 쫙 핍니다. 대신 일찍 가죠. 허허. 그런데 지금도 산길을 걷다 보면 서리를 뚫고 들국화가 피잖아요. 저는 늦게 피는 것 뿐입니다. 희망 없이 산을 올라보세요. 얼마나 힘드나. 아무리 시기가 늦다고 생각되어도 희망을 가져야 성취감이 따라옵니다.”

그의 공연은 흔한 초대권 한 장 뿌리지 않고도 항상 매진될 정도다. 국악이면서, 대중음악이기도 한 정체불명(?)의 음악에 대해 물었다.

“노래하는 사람들 장르가 뭐냐고 다들 물어보잖아요. 그거 의미 없습니다. 딱히 형식도 필요 없죠. 93년에 타악기 연주가 고 김대환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저보고 노래를 불러보라 했어요. 그래서 산토끼를 불렀더니 ‘그냥 니 맘대로, 박자 맞추지 말고 해봐라 하시더군요.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었죠. 그때까진 대중음악은 박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지금껏 노래를 할 때 마음대로 불러요. 처음엔 사람들이 박수치기 힘들다고 호흡을 못 맞췄는데 지금은 나아졌죠. 장르 없는 나름대로의 길을 만든 셈이죠.”

그는 자신의 음악을 그냥 ‘막걸리 치는 것’이라 말한다. 정체성이 불분명해 그의 음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고, 그래서 아무도 그의 음악을 배우려 맘을 먹지 않는다.

“후배도 없죠. 근데 말입니다. 노래는 나이가 들어서 해야 제 맛이 나와요. 노래는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도구인데, 너무 젊은 나이에 인생의 꽃피고 열매 맺는 것만 경험한 가수들이 하는 노래는 여운이 없어요. 인생의 쓴맛 단맛이 다 노래에 담기고,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공감을 해야 이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지 않겠어요.”

지난해 미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직후 뉴욕에서 공연을 했던 그는 음악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사람간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그게 다 소통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에요. 외국에 나가면 정말 사람간의 마음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노래가 가장 좋은 도구라는 사실을 울컥하며 느끼죠.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툭 터트립니다. 제 노래를 듣고 활명수를 100병 마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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