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생활필수품과 해외 수입명품이 모두 잘 팔려나가는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등 올 한해도 소비생활과 유통업계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된 비정규직 문제는 유통업계의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2007년 소비 생활에 영향을 미친 7대 뉴스를 정리한다.
① 대형마트의 가격파괴
"상품 가격을 최대 40%까지 낮추겠다." 신세계 이마트의 '가격혁명' 선언에 소비자들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마트는 10월 제조업체 브랜드상품(NB)보다 가격이 20~40% 저렴한 자체브랜드(PL) 상품 3,000개 제품을 출시했다.
즉석밥 콜라 라면 등 일부 PL제품은 이마트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기존의 시장 선두 NB 제품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간 가격파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내년에도 PL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PL 제품의 매출 비율을 2010년 2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2010년까지 PB 제품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② 명품 전성시대
올해 각 백화점은 해외명품이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각 백화점의 해외 명품군 매출 신장률은 두자릿수대를 기록했다.
명품 구입에 있어 지리적, 가격적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은 2월 충무로 본점에 명품관을 오픈했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도 명품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와 미국 첼시그룹이 합작으로 경기 여주에 문을 연 '프리미엄 아울렛'도 관심을 끌었다. 명품 이월상품을 정상가에서 20~40% 상시적으로 할인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아웃렛의 상륙은 우리 명품시장의 호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③ 이랜드의 비정규직 사태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는 진통을 겪었다. 파트타이머 계산원 등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유통매장에서 고용형태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파트타이머 사원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문제를 풀어간 반면, 이랜드는 장기 노사분규를 겪고 있다.
이랜드의 계열사 홈에버와 뉴코아가 각각 직무급제 도입과 계산직 아웃소싱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매장 점거농성 및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최근 노조 간부 33명을 해고하는 등 비정규직 처우 문제로 빚어진 이랜드 노사 갈등은 해를 넘기고 있다.
④ 유통업체의 인수합병
지난해 까르푸, 월마트 인수에 이어 올해도 활발한 M&A가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가 중국에서 네덜란드계 할인점 체인 마크로(Makro)의 8개 점포를 인수하는 등 해외 M&A도 이뤄졌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단번에 매출 기준 유통업계 7위로 올라섰고, GS홈쇼핑은 인터넷쇼핑몰 디앤샵을 인수했다. 애경그룹은 삼성플라자와 SKM면세점을 가져갔고, 신세계는 영등포 경방필백화점을 위탁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뉴코아 강남점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했다.
⑤ 미국산 쇠고기 홍역
미국산 쇠고기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다시 우리 식탁에 올랐다.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중단된 지 3년7개월 만이다.
한우 절반 가격의 미국산 쇠고기는 7월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동이 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수입검역과정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검출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개방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매장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고, 수입 쇠고기의 부위별 명칭 표기 문제로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홍역도 치렀다.
⑥ 글로벌 브랜드 상륙
'갭(Gap)' '바나나리퍼블릭' '자라' 등 글로벌 SPA(자가생산유통)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SPA 브랜드는 독립적인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니즈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기획, 생산하는 것이 특징.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저렴한 옷을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도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대 완구 전문점인 토이저러스도 롯데쇼핑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롯데마트 구로점에 선보였다. 토이저러스는 특정상품군만 한데 모아 판매하는 카테고리킬러 매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⑦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2기 사업자 선정은 유통업체들의 올해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연 1조원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다.
면세점에서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화장품ㆍ향수 부문은 호텔신라와 애경이, 주류ㆍ담배는 호텔롯데가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시내면세점에 대해 이용객수와 매출액에서 외국인 구성비가 50%를 넘어야 허가를 갱신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의 내국인 이용객 비중은 70%를 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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