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대선 승리 일주일을 맞은 이명박 당선자는 실용주의적 국정 운영의 단초들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10년 만에 이뤄진 수평적 정권 교체의 의미를 정치 영역이 아닌 실생활의 경제 영역으로 구체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 당선자의 모든 행보는 대선 기간 공언해 온 '경제 살리기'와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맞춰졌다.
우선 최고경영자(CEO)형 대학 총장인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장고(長考) 끝에 내놓은 인수위원들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이 당선자 측이 기선잡기에 나선 정부 조직 슬림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공적(公敵)이 된 교육인적자원부와 금융공기업 등을 일차 대상으로 삼은 것에선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반드시 여론을 업고 가겠다는 이 당선자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 당선자가 한ㆍ미ㆍ일 삼각동맹과 대북 상호주의 원칙의 강조 등 외교통일 분야 정책 기조에서도 실리를 우선시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내부를 향한 이 당선자의 다독거림도 비슷한 취지다. 대선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당권ㆍ대권 분리 문제가 논란거리로 등장하자 곧바로 강재섭 대표와 회동을 갖고 현행 당헌ㆍ당규의 유지, 청와대 정무수석직 부활, 당 대표와의 정례회동 검토 등을 약속한 것은 정치적 갈등 요소를 서둘러 차단하면서 당ㆍ정ㆍ청 일체화라는 큰 틀거리는 관철시키는 실리정치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이 당선자의 실용 행보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과 일정한 차이가 있다. 당시 노 당선자는 '정치ㆍ정당개혁'을 첫 과제로 꼽았고, 그렇잖아도 대선 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사법개혁과 검경 수사권 독립 등 줄곧 제기됐던 핵심 개혁 과제들을 부각시키면서도 여론의 충분한 뒷받침을 받지 못함으로써 결국은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불필요한 국력 낭비가 초래된 점이 없지 않다.
물론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은꼴이기도 하다. 불필요하다 싶은 경호와 예우를 마다한 것은 기본이다.
이 당선자는 한 어린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탄절인 25일 예정에 없던 보육시설을 방문했고, 노 대통령은 당시에 여의도의 한 사우나에 들어가 시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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