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의 신화를 일군 전 세계복싱협회(WBA) 세계 챔피언 홍수환(57)씨가 불굴의 투혼을 발휘다가 링에서 쓰러져 이틀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후배 최요삼(33)에게 응원의 글을 전해왔다.
병상아 누워 있는 요삼아.
1977년 헥토르 카라스키야의 강 펀치에 네 번이나 캔버스에 나뒹굴던 기억이 꿈인 듯 아련하구나.
25일 경기 후 요삼이가 다시 쓰러질 때 나도 모르게 당시의 상황이 떠올려지더구나. ‘4전 5기’에 성공하며 두 번째 세계 타이틀을 따냈듯이 요삼이도 반드시 병상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다가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현장을 찾은 후배들에게 바로 연락을 해서 너의 상태를 물었다. 주차난 때문에 앰뷸런스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던지….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면 지금은 의식을 되찾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구나.
수술을 끝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 손이라도 얼싸안고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만 면회가 어려운 상황이니 너를 꼭 일으켜 세워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일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갈수록 프로 복서로 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복싱의 전성기를 다시 찾겠다며 링에 오른 너의 각오를 알기에 선배의 가슴이 더욱 아프구나.
이번 경기를 앞두고 140라운드의 스파링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가 얼마나 단단한 마음으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는지 짐작이 갔다. 동료들이 다른 길을 선택할 때 ‘꼭 한국 복싱을 되살리겠다’는 다짐으로 링에 올라 투혼을 발휘한 네 생각을 하니 복싱인의 한 사람으로 숙연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복싱을 떠나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지. 복서로서 운동에 전념하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니까. 그런데 너는 한국 복싱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며, 세계 챔피언에 다시 올라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글러브를 벗지 않았다.
너의 용기에 고개가 숙여진다. 후배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지 못한 못난 선배들이 너의 길을 더욱 고독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을 생각하면 자책감을 금할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다시 일어나서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이대로 쓰러지기에는 네가 할 일이 너무 많다. 한국 복싱을 위해서 네가 이렇게 쓰러져서는 안된다.
다시 링에 오르지 못해도, 복싱을 져버리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세상 자체가 링이 아니더냐. 진정한 링은 인생이고 무엇이든 자기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떳떳한 사람이 챔피언 아니더냐. 꼭 깨어나 건강을 회복해서 링에서도, 사회에서도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일어나라 요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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