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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시대 대기획-이제는 경제다] <6> 더 열고, 더 나가라:대외개방과 해외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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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시대 대기획-이제는 경제다] <6> 더 열고, 더 나가라:대외개방과 해외진출

입력
2007.12.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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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초 글로벌 컨설팅사인 AT커니가 발표한 ‘2007 외국인 직접투자 매력도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47개국 중 24위였다. 2003년 18위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미끄럼을 타고 있다. 돈을 투자할 만한 나라로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도 밀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고 유럽연합(EU)과도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개방은 한국경제의 숙명이다.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어쨌든 한국경제는 문닫고 살아갈 수는 없는 운명이다.

지도를 보자.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작은’ 경제다. 더구나 중국 일본, 두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등 소규모 경제치고 폐쇄전략으로 성공한 예는 없다. 더 많이 나가야 하고, 더 많이 끌어들여야 겨우겨우 살아갈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71%(2006년)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개방여부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젠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할 때다.

FTA는 개방정책의 하이라이트다. 참여정부는 임기 후반부에 들어 벼락치기하듯, 한미 FTA를 추진했다. 1년여만에 협상타결. 그리고 곧바로 EU와 협상에 들어갔다. ‘압축협상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당선자도 FTA를 흔들림없이 추진하되, 그 목표점을 참여정부와는 달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FTA개시로서 그 소임을 다한 것이고, 차기정부는 이니셔티브를 쥔 주도국으로서의 지위를 적극 활용, 지역 경제통합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것이다.

이를 위해 차기정부는 정치일정으로 인해 미뤄진 한미 FTA 비준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리고 미국측을 압박, 조기발효를 끌어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채욱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면 다른 FTA에서 우리측의 협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EU에 이어 남은 거대 경제권인 중국 일본과 FTA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동북아(한중일) FTA 추진, 동북아 에너지협력, 동북아 지역공동개발 등으로 확대시켜 장기적으로는 한국 주도의 동북아 경제통합으로 나아간다. 물론 국내적으로는 주먹구구식인 국내 산업 피해보상체계, 무기력한 국회의 기능 회복 등 FTA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통상절차법 제정과 국회의 통상전담 상임위 신설 같은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FTA는 단지 문을 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국내투자환경과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 법령과 제도만 바뀌었다고 저절로 외국자본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남북관계, 탁상공론식 행정마인드, 전투적 노조, 경영투명성의 결여, 그리고 값비싼 물가까지. 이런 관행과 문화가 남아 있는 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 바로 이웃(중국)에 넓은 잠재시장과 값싼 노동력, 세일즈정신으로 무장된 공무원이 있는데, 어느 외국기업이 한국시장을 노크하겠는가.

국내 외국인직접투자는 2004년 93억달러, 2005년 63억달러, 지난해 37억달러 등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전세계 FDI 금액 중 한국에 투자되는 비중은 2004년 1.1%에서 2005년 0.8%로 추락했다. 당연한 결과다.

개방에 관한한, 우리국민은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논란으로 대표되는 ‘반(反)외자정서’가 그렇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론스타 사태는 한마디로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문제가 한국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한국인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 유치는 국부창출, 하지만 이익을 내서 떠나면 국부유출”이라는 자가당착적 이분법으로는 대외개방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으론 외환위기 이후 가라앉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이 들어오고, 많이 나가는 것이 진짜 개방경제다. 이윤을 찾아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듯, 우리기업도 이윤을 찾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나이키는 미국기업이지만 미국에 한 곳의 공장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이 꼭 공장을 국내에 둬야 한다고 고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와줘야 한다. 해외직접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간의 연계를 강화해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 이렇게 풀어보자… 전문가 제언

● '한국형 FTA' 장기 로드맵 정립을

FTA 추진 방향이 새롭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FTA의 1차적 목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통해 FTA 전략의 탄력을 얻는 것이었다. 이런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FTA를 개발, 정립해야 한다. 거대 경제권과의 FTA 이후에는 자원확보라는 과제를 FTA에 접목시키는 것도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걸프협력기구(GCC)를 비롯,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지금까지 FTA 추진 과정에서 주변에 머물렀거나 소외됐던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전략적 에너지 외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FTA 체결 건수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등 내용 측면에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기술이전, 제도 선진화, 외국인 투자유치 등 대외개방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률 회계 통신 방송 등 서비스분야의 경우 지금까지 개방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와 관련해서는 진입규제 완화와 함께 ‘서비스시장 개방 예시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TA와 관계 없이 규제완화와 대내외 시장개방의 범위와 단계적 일정을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시장이 적극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개방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런 서비스시장이 잘 갖춰져야 외국인 및 외국 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 외국 자본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국부유출 논란 등 정서적인 거부감도 극복해야 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투자확대 막는 규제 획기적 개선을

적극적 대외개방은 국내 시장을 향한 외국자본의 호감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내수시장 규모가 적기 때문에, 국내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도 중요하겠지만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는 대내외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과는 달리 국내 투자 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 경기도가 지난해 발표한 것을 보면,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국내외 기업들이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유보했거나 포기했다.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이 철수한 규모가 2005년 32억달러, 2006년 5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론스타 사태 등에서 불거졌듯 외국자본에 대한 정서적 반감 또한 문제다. 반(反)외자정서는 국민들의 폐쇄적 사고 방식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치권이 이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참여정부 초기 반외자정서가 상당히 강했고, 후반기 들어 적극적 대외개방 정책과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국 자본은 장사가 될 만한 매력이 있는 곳에 들어오고, 돈을 벌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가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내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차기 정부는 적극적 대외개방 등 대선 과정에서 보인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외국인 직접투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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