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징후가 신용카드 위기로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에 갚지 못하는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7개 주요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금을 90일 동안 장기 체불한 신용불량자가 올해 10월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폭증했다.
30일 이상 체불자도 지난해에 비해 26%나 늘었는데 이들의 체불액은 모두 17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추심을 포기한 체불액도 10월 한달 동안 9억6,300만 달러에 육박했는데 이 같은 수치는 전달에 비해 18%가 늘어난 액수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신용위기가 11, 12월 들어서도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에는 연말 할인 쇼핑 기간에 이루어진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체불액이 더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의 여파가 가계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클리프 탄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 미국인들의 빚은 이제 경제의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신용카드 위기는 그러한 사태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수석 분석가인 마크 잔디는 “신용 위기는 내년 한해에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높은 이자율 때문에 이익을 내던 신용카드 회사들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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