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가슴 보이니까 잘 가리고 다니지”라고 말하는 것도 성희롱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H대 학생복지처장 이모 교수는 지난해 6월말 교수의 교직원 폭행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던 노조 관계자 정모씨에게 “가슴이 앞에 사람 보이니까 닫아요” “보는 게 아니라, 나 같은 늙은 사람들이 거기 신경 쓰고”라고 말했다. “가슴이 앞에 사람한테 보여 신경쓰이니 닫고 다녀라”는 이야기였다. 정씨는 이 교수의 발언이 성희롱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4월 진정을 받아들여 이 교수에게는 특별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또 H대 총장에게는 이 교수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고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통지했다. 이에 이 교수와 H대 측은 인권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이승영)는 26일 이 교수와 H대 총장이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교수의 발언은 노사가 격렬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으며, 정씨가 이 교수의 발언에 수치심을 느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교수의 발언은 정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문제의 발언이 사회통념상 성희롱이 아니라는 이 교수와 대학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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