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두 기의 신형 대륙간 다탄두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쏘아올렸다.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MD)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무력시위에 나선 모양새다.
러시아는 25일 신형 다탄두 탄도미사일 RS-24와 RSM-54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략미사일부대(RVSN) 알렉산더 보브크 대변인은 이날 신형 다탄두 탄도미사일 RS-24를 플레세츠크 우주선 발사기지에서 발사해 7,000㎞ 가량 떨어진 캄차카 반도의 쿠라 실험장의 목표물들을 정확하게 맞췄다고 밝혔다.
RS-24 발사는 미국의 MD 제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한창 높이던 5월에 이어 두번째다.
러시아 해군도 이날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에서 활동하는 툴라 핵잠수함이 17일에 이어 두 번째로 다탄두 탄도미사일 RSM-54를 캄차카 반도의 실험장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8일에도 남부 카푸스틴 미사일 기지에서 RS-12M 토폴 미사일(나토명 SS-25 시클)을 발사했다.
RS-24나 RSM-54 모두 구 소련시절 제작된 미사일을 향상시킨 것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도록 고안된 최신식 대륙간 다탄두 미사일이다. RS-24는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탑재해 1만㎞를 날아갈 수 있다.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탄두로 요격 미사일을 교란할 수 있어 MD를 뚫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의 잇단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의 MD 협상이 지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의 동유럽 MD 구축 시도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외교 당국과 군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연일 미국의 MD를 비난한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하일 카미닌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미국의 MD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이 MD를 강행할 경우 우리도 보복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니콜라이 솔로브초프 전략미사일부대장도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건설하려는 미사일 방어 기지를 폭격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미국은 지난달말 러시아도 MD에 참여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문서로 제시했지만 잠재적 위협에 대한 평가를 양국 공동이 아닌 미국이 수행토록 해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2012년까지 폴란드와 체코에 MD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러시아는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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