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과 공공부문 개혁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이 귀 기울여야 할 자료가 나왔다. 박종민 고려대 교수가 최근 정부 신뢰와 정부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분석해 봤더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등 중도좌파 정권 10년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17대 대선에서 그대로 드러났지만, 이 같은 뿌리깊은 불신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차기 정부의 앞날도 순탄치 않다는 경종이다.
박 교수가 한국행정연구원 등의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공직자의 정직성을 묻는 항목에서 93%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공직사회는 부패하고(52%)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68%) 세금을 많이 낭비하는(60%) 집단으로 지목됐다. 국민의 78%는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 이익보다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책 결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정책의 수혜도를 측정한 조사에서는 성장이든 복지든 혜택을 받고 있지 않다는 의식이 70~80%에 달했으며, 특히 현 정부에 대한 불만족도는 78%에 이르렀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1996년 49%였던 국회 신뢰 비율이 올해 18%에 그쳤고, 이 기간에 법원의 신뢰 역시 70%에서 48%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결과,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뢰도보다 낮고, 법원 검찰 경찰의 신뢰도도 평균을 크게 밑돌았던 것과 유사하다.
실용을 앞세워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이명박 당선자 입장에서 국가기구의 신뢰 상실은 큰 짐이다.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는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는, 거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정책의 정합성과 일관성을 지키고 의사결정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뚝심이 필요하다. 이 당선자의 가장 큰 적은 인기 및 정파성의 유혹이고, 가장 큰 힘은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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