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충남 아산 호서대는 ‘벤처사관학교’로 불린다. 그만큼 벤처사업에 투자가 많고, 성과도 크기 때문이다. 1978년 학교법인 천원학원을 모체로 해 세워진 이 대학은 89년 아산캠퍼스를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벤처쪽에 연구와 개발을 치중해왔다.
정문을 들어서자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를 새긴 교훈비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된다 바위’라 부르는 기념비이다. 그 뒤로는 105만평 규모의 캠퍼스에 웅장한 석조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 벤처사관학교로 우뚝
호서대는 1978년 공학자인 강석규(94) 박사가 기독교 정신과 실용기술개발의 교육이념으로 설립, 30년 가까이 현장중심의 고급인력 배출과 국내 벤처기업의 산실역할을 해왔다.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창업육성자금 100억원을 출연, 벤처기업 연구 및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재직교수가 창업한 교내 벤처기업은 17개나 된다. 이 가운데 ㈜아모택 등 3개사는 내년 주식상장이 예정되어 있다. 벤처동아리 지원시스템은 학생 창업을 활성화시켜 벤처동아리 39개 연구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연구과제가 지도교수와 학교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창업자금까지 지원해준다. 교직원이 투자한 ‘호서엔젤클럽’의 자금지원과 중소기업청, 정보통신부의 벤처자금도 받을 수 있다.
대학측은 또 자본금 118억원의 ‘호서벤처투자’를 통해 7개 투자 조합을 구성, 73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9대 신성장 동력인 이동통신, 바이오, 디스플레이분야 44개 유망기업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교내에 설립한 중소기업창업보육센터에는 37개 기업이 입주했다. 세계 각국에 벤처 네트워크를 구성, 학생과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를 폭 넓게 제공하고 있다.
1997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기업 ㈜아트닉스사와 자회사인 아트픽스를 설립, 직접 운영하며 현지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IT강국 인도의 유명연구소와 기업과 자매결연을 맺어 기술개발과 학생, 연구원 교류와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995년에는 삼성전자 협력사인 ㈜세메스와 국내 최초 캠퍼스 내 산학협력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2007년 현재 201개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첨단생산기술연구와 실용화를 위한 4개의 산학협의회를 운영중이다. 152개 기업으로부터 의뢰 받은 134건의 연구과제 수행과 27억5,000만원을 중소기업에 투자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세 차례나 우수 컨소시엄대학으로 선정됐다.
맞춤형 계약학과 운영은 산학협력의 결정체다. 계약학과는 대학의 기술과 연구성과를 집중교육하는 과정으로 IT관련 4개 기업은 직원을 대거 입학시켜 직원 재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벤처육성전략은 학생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내기업과 협약기업을 통해 연 평균 200여명이 취업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이후 중소기업의 줄도산과 청년실업 현실의 한복판에서 전국 대학취업률 10년 연속 10위권에 들었고, 지난해는 3위에 올랐다.
■ 충남테크노파크 산파역
호서대는 1989년 중소기업의 기술애로해결과 산학협동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테크노파크(Techno Park) 설치를 주장, 충남테크노파크의 산파역할을 했다.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창업보육센터(TBI)를 설립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에도 분원을 설치해 현지 국내기업의 창업도우미 역할을 하고있다.
호서대는 2004년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선정돼 5년간 300억원의 연구비를 따냈다. 또 2003년 산업자원부 지역혁신센터(RIC)에 지정돼 2013년까지 16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고, 지난해에는 기술이전 사업화 선도대학(TLO)선정으로 5년 동안 매년 2억∼4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에는 BK21(두뇌한국21)학교로 선정돼 대형 국책사업을 맡기도 했다.
다양한 수상실적도 연구와 경영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 주관 ‘문화콘텐츠 인력양성 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단편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 대상자 자격을 거머쥐었다. 이 사업은 시각디자인, 애니메이션, 게임, 문화기획 등의 관련학과와 연계, 디지털 문화대학원 및 문화콘텐츠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한발 앞선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2004년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 박람회’ 지역혁신창업지원 우수기관 대통령상 수상을 비롯, 2005년 누리사업 우수대학(대형중심대학)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수상, 산학협력중심대학 우수대학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월 ‘월드클래스 2030프로젝트’를 선정, 2037년까지 세계적 특성화 명문대학 성장전략도 세웠다. 20년 뒤 생명공학, 지능형 로? 전자공학 등 5개 분야에서 정상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미래지향적인 학과설립과 운영도 돋보였다.
국내 최초로 개설한 실내디자인학과는 2004년부터 3년 연속 취업률 100%를 이어가고 있다. 디스플레이공학부 출신 학생들은 국내외 디스플레이 관련분야에 폭 넓게 진출하고 있다.
■ 강일구 호서대 총장 "앞서가는 도전정신 필수…中企와 공존 대학 목표"
"호서대의 벤처정신은 청년실업 해결과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최적의 대안입니다."
호서대 강일구(63) 총장은 뛰어난 기술력과 연구정신, 중소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나라의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학도이면서 신학을 전공한 이색 경력의 강 총장은 "기술에 대한 무한도전은 학교설립 지표인 기독교의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며 "학교의 설립지표가 '호서대=벤처사관학교'인 만큼 중소기업과 공존하는 대학을 목표로 한다"고 기술공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호서대를 벤처중심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10여 년 전 해외 각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을 둘러보고 벤처선진국의 모델을 채택해 대학발전계획에 접목시켰다.
벤처공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각종 벤처기업육성 방안은 1,2년 지난 뒤에 법안이 마련될 정도로 기반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호서대는 대학중심의 산학협동체계를 만들어 업체가 연구주체인 대학에 집중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항상 앞서가는 도전정신을 통해 산ㆍ학ㆍ연 컨소시엄공동개발의 주관대학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강 총장이 벤처교육에 대한 열정은 학교설립자인 부친 강석규(94) 박사의 영향이 컸다.
부친의 공학교육의 중요성과 실용화 기술에 대한 교육관을 물려받은 강 총장은 1992년 평교수 시절부터 실용성을 겸비한 윤리적 품성을 대학경영에 접목시켰다.
그는 "우리 학교는 인문계열에 비해 공학분야에 2배가 넘는 투자비를 쏟고 있다"며 "기초, 응용공학의 연구와 개발이 국가경제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학교근처 20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최근까지도 경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닐 만큼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강 총장은 "평생직장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실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선 기술과 도전정신이 그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