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펀드의 해’였다. 펀드 계좌수(10월 현재 2,120만개)가 국민 총가구수(1,642만 가구)를 넘을 정도로 펀드가 자산 형성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식형 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전체 펀드 중에서 38%를 차지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투자자들에게 적지않은 수익을 안겨줬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한 해’였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내년 증시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증시 자금이 은행 예금 등으로 옮겨 가면서 ‘유동성 랠리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펀드가 내년에도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변동성이 커지긴 하겠지만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펀드에 투자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야 성공적인 펀드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리서치팀장과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연구원,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 등 펀드 전문가 4명에게 내년 펀드 시장 전망과 전략을 들어봤다.
이들은 우선 기대 수익률을 낮출 것을 당부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악령이 아직 살아있고,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중국이 긴축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어 글로벌 증시가 올해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들이 제시한 기대수익률은 10~20% 수준. 박현철 연구원은 “올해가 이례적으로 펀드 수익률이 높았다”며 “지난 수년간 주식 수익률이 15%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도 그 정도 수준으로 낮춰 잡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와 해외 비중은 6대 4 또는 7대 3이 대세를 이뤘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정보 수집이 쉽고 대처가 빠른 국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조완제 연구원은 “국내 증시도 상승 여력이 소진된 만큼 차라리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5대 5의 비중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도 대형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점치면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비중을 7대 3 정도로 유지하라고 권했다. 만약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우량주 일색이라면 비중을 축소하고, 가치주 펀드에 가입하라는 얘기다.
이계웅 팀장은 “이미 우리 증시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한 기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는 종목보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엿보이는 대형 성장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가치주 펀드는 증시 조정기에 뛰어난 방어력을 바탕으로 성장주의 공백을 메워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편입 비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 시 유망 지역으로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위시한 신흥시장을 꼽았다. 일단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험에서 비켜 서 있는데다 경제 성장률도 선진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단일 국가 펀드가 아닌 다국가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유망 펀드는 브릭스 펀드였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아세안 펀드가 뒤를 이었다.
특히 브릭스 펀드의 경우에는 각 국가가 독특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증시가 동반 추락할 위험성이 적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중국만큼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도 찾아 볼 수 없는 만큼 중국 펀드 가입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환매보다는 보유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조한조 연구원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10.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국 증시가 최근 조정을 겪고 있지만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안정을 찾으면서 펀드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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