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 풀이 / 현암사쓸모 없어 장수하는 나무… 쓸모 없어 팽 당하는 거위
장자가 숲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나무꾼이 그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아무 짝에도 쓸모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자는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감이 아니어서 천수를 누리는구나.” 산에서 내려온 장자가 옛 벗의 집을 찾아가자 벗은 반가워하며 머슴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하라고 일렀다.
머슴이 물었다. “한 마리는 꽥꽥 잘 울고, 다른 한 마리는 울지 못합니다. 어느 것을 잡을까요?” 주인은 “울지 못하는 것을 잡아라”고 했다. 제자들이 장자에게 물었다.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다 할 수 있었고, 주인집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쪽을 택하시렵니까?”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20번째 글인 유명한 ‘산목(山木)’ 이야기다. 뒤에 장자의 대답이 이어지지만, 요지는 궁극적으로 쓸모 있음과 없음의 어느 한쪽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자나 노자와 달리 장자(BC 369~286?)는 근엄하지 않다. <장자> 의 많은 부분이 ‘산목’과 같은 이야기, 우화의 형식으로 돼 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장자는 인생을 신나게 살라고 말한다. 세상사에 얽매이지 말고 활개를 펴고 살라고 충고한다. 장자> 장자(莊子)>
장자의 생애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인 사마천의 <사기> ‘장주(莊周)열전’에 따르면 장자 자신, 초 위왕이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하자 “당신 나라에 신주로 모셔둔 신령스런 거북이 있지요? 그 거북은 죽어서 영원히 신주처럼 모셔지는 것을 바랐겠소, 아니면 제가 살던 물에서 자유롭게 삶을 즐기고 싶었겠소? 나는 차라리 진흙탕에서 노닐며 자유로이 살겠소"라며 거절했다. 사기>
<장자> 는 그래서 여느 고전들과 달리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친근한 책이다. 여러 번역본ㆍ역주본이 있지만 오강남의 풀이로 1999년에 나온 현암사 판은 현대 우리말에 가장 가깝게 번역돼 있어 읽기가 좋다. 장자>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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