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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장자

입력
2007.12.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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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풀이 / 현암사쓸모 없어 장수하는 나무… 쓸모 없어 팽 당하는 거위

장자가 숲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나무꾼이 그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아무 짝에도 쓸모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자는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감이 아니어서 천수를 누리는구나.” 산에서 내려온 장자가 옛 벗의 집을 찾아가자 벗은 반가워하며 머슴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하라고 일렀다.

머슴이 물었다. “한 마리는 꽥꽥 잘 울고, 다른 한 마리는 울지 못합니다. 어느 것을 잡을까요?” 주인은 “울지 못하는 것을 잡아라”고 했다. 제자들이 장자에게 물었다.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다 할 수 있었고, 주인집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쪽을 택하시렵니까?”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20번째 글인 유명한 ‘산목(山木)’ 이야기다. 뒤에 장자의 대답이 이어지지만, 요지는 궁극적으로 쓸모 있음과 없음의 어느 한쪽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자나 노자와 달리 장자(BC 369~286?)는 근엄하지 않다. <장자> 의 많은 부분이 ‘산목’과 같은 이야기, 우화의 형식으로 돼 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장자는 인생을 신나게 살라고 말한다. 세상사에 얽매이지 말고 활개를 펴고 살라고 충고한다.

장자의 생애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인 사마천의 <사기> ‘장주(莊周)열전’에 따르면 장자 자신, 초 위왕이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하자 “당신 나라에 신주로 모셔둔 신령스런 거북이 있지요? 그 거북은 죽어서 영원히 신주처럼 모셔지는 것을 바랐겠소, 아니면 제가 살던 물에서 자유롭게 삶을 즐기고 싶었겠소? 나는 차라리 진흙탕에서 노닐며 자유로이 살겠소"라며 거절했다.

<장자> 는 그래서 여느 고전들과 달리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친근한 책이다. 여러 번역본ㆍ역주본이 있지만 오강남의 풀이로 1999년에 나온 현암사 판은 현대 우리말에 가장 가깝게 번역돼 있어 읽기가 좋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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