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의 보고(寶庫)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이 중국 이란 등과 활발한 송유관 외교를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하고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31일자)는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맹주인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구 소련 국가인 주변 생산국들의 견제와 급증하고 있는 국내 수요에 대한 압력으로 예전 같은 독점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러시아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맹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가스 외교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인근 구 소련 국가로부터 가스를 싼 값에 구입, 유럽 국가들에 비싼 값에 되파는 식으로 송유관 독점권을 누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이 제3국과 송유관 건설을 통해 자국의 온당한 경제적 이익 외에도 러시아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꾀함으로써 가즈프롬을 위협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난해 중국과 향후 30년 동안 매년 300억㎥ 규모의 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카스피해와 중국 신장성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키로 했고 올해 3월에는 이란과 송유관 건설을 통해 매년 140억㎥ 규모의 가스를 수출키로 합의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올해 9월 중국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에 합의하는 등 과거와 달리 송유관 외교에 주체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들 국가들이 제3국과 송유관 건설을 협의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제3국으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에는 미국, 중국 등 러시아를 견제하는 세력들이 적극 나서고 있고 러시아 내에서도 천연가스 생산이 감소하면서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1991년 이후 중단한 새로운 가스유전 개발에 4,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는 러시아가 더 이상 구 소련 국가들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압박을 통해 천연가스에 대한 독점권을 누릴 수 없다는 우려를 반영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카자흐스탄의 한 정부 관료는 자국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ㆍ경제적 전횡을 언급하면서 제3국과의 송유관 외교의 필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료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관료가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의전 차량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한 독일 기업이 물류 허브를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옮기려고 하자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 여객기의 비행을 금지시키기도 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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