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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에 한눈파는 '대한민국 대표록커' 김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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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에 한눈파는 '대한민국 대표록커' 김종서

입력
2007.12.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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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는 기본적으로 카리스마를 풍겨야 한다고 대중은 믿는다. 관중을 제압하는 외모와 목소리는 물론 조명이 꺼진 무대에서도 빛나는 ‘무언가’를 발산해야 그를 찾은 대중이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록커는 평소 자신의 모습을 대중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신비주의’ 작전을 애용한다. 혹시나 동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라도 하면 긴 머리로 덮은 록커의 카리스마에 흠집이 나지 않겠는가. 딱 지금의 서태지를 생각하면 맞다.

그룹 시나위시절부터 20년 가까이 한국 록 무대를 이끌어온 가수 김종서(42), 그런데 그는 줄곧 ‘신비주의’ 는커녕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록커의 근엄한 옷을 가차없이 벗어 던지고 있다. 토크쇼를 비롯해 개그성 발언을 날리는 버라이어티 쇼까지, 그의 외도는 거침없었고 록커 김종서를 기억하는 음악 팬들은 그런 그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평론가들은 가수로서의 책임감을 방기했다며 쓴소리를 뱉었다. 올 한 해도 김종서는 변함없이 그를 비롯한 동년배 가수들의 ‘비(非)음악 활동’ 선봉에 섰다. 과연 김종서가 록커스럽지 않은 활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더 이상 록커 김종서를 기대해선 안 되는 것일까. 연말 특집 프로그램으로 바쁜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방송에 나가 옷이라도 벗고 싶은 심정이었죠. 신보를 내놓고 몇 개월 동안 힘들게 활동했는데, 인터넷에 기사라도 뜨면 그 흔한 ‘악플’도 붙지 않더군요. 그냥 ‘무플’이었죠.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음악과 상관없는 쇼 프로에 나가 신곡을 부르니까 글쎄, 꿈쩍 않던 음반 판매량이 그제야 요동을 치더군요.”뮤지션을 만나면서 ‘왜 그렇게 방송 활동에 치중하게 됐느냐’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가요시장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아닐까.

사실 대중은 김종서의 음반판매 전략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김종서가 음악인으로서의 활동을 보이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의외로 김종서의 답은 명쾌했다.“정체성이요? 당연히 가수입니다. 이제 출연하는 프로그램 수도 줄일 계획입니다. 록 음악은 저의 고향이고 어머니입니다. 제가 방송에 나와 웃기고 토크를 해도 제 음악이 변질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모습을 보고 비판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나중에 저의 앨범이 나오면 그때 그 음악을 들어보고 비판 하시라고요. 뭐라고 그래도 음악은 자신 있어요. 제 음악은 어디와도 타협한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음악프로에서 제 음악 짧게 나가는 것, 용납한 적 없어요. 그건 자존심이죠.”

자신도 더 이상 음반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없다 말할 정도로 세상은 척박하지만, 그래도 김종서인데…. 방송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불쾌하지 않을까. “전혀 아닙니다. 제가 즐겁지 않으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현재 제 모습에 만족하고, 방송활동에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얼마 전 컴백을 밝힌 서태지는 김종서의 오랜 동료이고 친형제와 같은 사이로 유명하다. 김종서와는 반대로 심할 정도의 신비주의를 발휘하는 서태지의 근황과 그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음악적인 교류는 있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노터치에요. 간섭을 안 하고, 그렇기 때문에 지킬 것은 지켜주고. 그에 대해서 제가 말할 것은 없네요. 작업을 할 때는 서태지나 저나 완전히 칩거하는 스타일이에요. 아예 밖에 나가지를 않죠. 그냥 연락 오면 통화하는 정도죠.”

2005년 정규앨범을 낸 후, 2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는 아직 신보를 낼 계획이 없다고 한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우리 대중음악 가수들은 너무 조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좀 할 만하면 장사한다, 부업을 한다며 현장을 떠나죠. 20년 됐다고 기념음반도 만들고 했지만 사실 15년 정도에 겨우 음악의 즐거움을 알았는데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어요. 새 앨범은 계속 디지털 싱글을 내다가 어느 정도 그게 쌓이면 만들 생각이에요. 저 여전히 가수입니다. 믿어주세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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