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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현대 한국미술의 권력구도…'글로벌리즘'이 장기집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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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현대 한국미술의 권력구도…'글로벌리즘'이 장기집권중

입력
2007.12.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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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우리 한국인들은 우파 정권의 탄생을 목격하게 됐다. 이 역사적 변환의 기점에서 한국현대미술도 지난 궤적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이후 전개된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후기 산업사회로의 급격한 이행에 맞물리며 조변석개하는 문화를 낳았고, 한국미술계에도 서양과 동시대적으로 교유하는 작가와 작업이 등장했다.

1987년의 ‘6월 항쟁’ 이후엔 민주주의의 이상이 부분적으로 성취되며, 문화적 다양성이 대두됐고, 1988년의 서울 올림픽 이후엔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유사 포스트-모던 예술이 등장했으며, 미술계에도 ‘386세대의 앙팡테리블’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외환위기 시대엔 ‘포스트-386세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등장해, ‘386세대’와 함께 비엔날레-컨템퍼러리 뮤지엄-대안공간 시대의 한국 미술계를 분점하기 시작했다.

2002년엔 미술계에 별 변화가 없는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다. 7월엔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에 취임해 정계에 복귀하고, 12월엔 노무현씨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좌파 정권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5년의 시간 동안 한국인들은 ‘글로벌리즘’의 주술적 힘에 설득 당했고, 경쟁의 가치와 성장의 신화를 더욱 갈망하게 됐다. 미술도 마찬가지였다.

‘민중미술의 승리’를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이 해외를 순회하는 동안, 미술시장은 ‘투자 가치’만을 따지는 투기의 장으로 성장했고,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프로젝트는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기념 조형물인 클래즈 올덴버그의 <스프링> 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5년간의 한국 문화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특징을 꼽자면, ‘집단적 불안감’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리즘의 무한 경쟁에서 영원히 뒤쳐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말이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탄생 배경에 바로 그런 대중의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박의 작가’ Sasa[44]는 수집한 자료들로 ‘1996년(문학의 해)’(2006)란 거대한 설치 작업을 제작한 바 있다. 다시 보니, 이명박씨가 선거법 위반으로 정계에서 퇴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사 스크랩과 이씨가 언론사에 홍보용으로 돌린 일본어판 <신화는 없다> (케이분샤[勁文社], 1996)가 액자로 고이 수집ㆍ보관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커다랗게 확대ㆍ복제된 최정화의 ‘글로벌리즘’(1996)이다.

성남 대동라사가 제작한 이 의상은 실로 징후적이다. 1987년에 데뷔한 작가에 의해 고안돼,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힘이 폭발한 1996년에 생산됐고, 2002년의 월드컵 광풍을 예견하고 있으며, ‘글로벌리즘’의 서막을 기념하고 있다.

2008년을 맞이하는 바로 지금의 시점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기념비가 아닐 수 없다. 자, 앞으로 한국 사회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미술의 화답은 어떠할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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