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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빚진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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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빚진 시인의 사회'

입력
2007.12.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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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내 운명의 주인이 아니네

더 이상 내 현금의 선장이 아니네

곧 나는 날품팔이의 문을 통과할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플라스틱(신용카드) 박치기다!”

‘월가 시인’으로 자칭하는 블룸버그 뉴스 전 편집자 마이클 실버스타인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쓴 풍자시다. 19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유명한 시 <인빅투스(invictus)> 를 패러디한 이 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비참한 신세가 된 서민의 모습을 풍자했다.

월가에서는 위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풍자하는 시를 쓰는 전통이 있다. 올해는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가 화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이런 분위기를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에 빗대 월가가 ‘빚진 시인의 사회’(Debt Poet Society)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 네덜란드-벨기에 합작은행 포티스의 환 투자가로 일하는 캐머런 크라이스(36)도 미국의 유명한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닥터 세우스가 펴낸 유아용 베스트셀러 <샘과 달걀과 햄> 의 유명한 표현(나는 ~를 안 좋아해)을 패러디한 시를 써서 메신저로 40여명의 친구들에게 보냈다. “나는 그걸 안 좋아해, 여기서나 저기서나 / 나는 그걸 안 좋아해, 어디서나 / 나는 안 좋아해, 네 부채담보부증권(CDO) 말야 / 나는 그걸 안 좋아해, 브로커 조”

부실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CDO가 줄줄이 부도나면서 올해 세계 금융시장을 위태롭게 했는데도, 이런 부실 증권을 고객들에게 팔아 넘기려는 금융인의 모습을 조롱한 것이다.

뉴욕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도 이런 풍자시를 만든 금융인 중 한 명. 시인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의 시에 영감을 받아 24년 동안 매년 그 해를 상징하는 풍자시를 써온 그도 올해는 신용위기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의 격랑 속에 / 많은 사람이 해고 됐네, 고연봉 경영자까지도 / 부채 시장의 문제는 중앙은행에 새 리스크가 됐다네/ 이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네, 재난 확산을 막으려면.”이라고 풍자했다. 그는 이 시를 이웃 등을 포함해 1,000명에게 보냈다면서 올해는 다른 해보다 반응이 신속하게 왔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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