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물리Ⅱ 11번 문항 복수정답 인정 및 일방적 등급 상향 조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과학탐구 8개 과목 중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추가 조치는 형평성에 어긋난 역차별"이라며 집단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일부에서는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교육부의 추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수험생들 "역차별" 소송 태세
25일 평가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에는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들의 항의성 글이 쇄도했다. "물리Ⅱ 11번 문항의 복수정답을 인정하고도 등급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물리Ⅱ 등급이 올라간 수험생에 대해서만 정시 원서접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재접수도 가능토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평가원이 물리Ⅱ 등급이 오른 수험생에게만 일방적으로 특혜를 준다는 비판인 것이다. 화학Ⅱ를 선택한 수험생 최모(19) 군은 "한 등급만 바뀌어도 (지원)대학이 달라지는데,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은 많은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보게 될 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모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 수험생이 제기한 소송 주장에 100여명의 수험생들이 동조하고 나서는 등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대 자연계 지원자 피해 예상
입시 전문가들은 "일부 대학ㆍ학과를 제외하면 물리Ⅱ 등급 상향 조정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울대 자연계 지원자가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선의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자연계는 수능 고등급 수험생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1단계 전형을 수능 만으로 선발한다. 새로 물리Ⅱ에서 1등급을 받게 된 수험생 52명은 수능 고등급 일 확률이 높고, 따라서 서울대 자연계 경쟁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울대는 22일 정시 원서접수를 끝낸 상태여서 추가 접수에 나설 물리Ⅱ 선택 수험생들이 '눈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서울대 자연계의 경우 1점 차이로 1단계 선발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며 "경쟁자가 늘어나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대 자연계도 수능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능 우선선발제'를 채택하고 있어 물리Ⅱ 선택 수험생의 등급 상향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도 정원외 합격'의견 대두
일부에서는 물리Ⅱ 고등급자의 증가로 피해를 입게 되는 수험생 구제책으로 '정시모집의 정원외 선발'을 제시하고 있다. 수시 2학기 모집 합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 합격을 인정한 만큼 이미 끝났거나 진행 중인 정시에서도 같은 구제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급제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혜택을 받는 수험생이 있으면 손해를 입는 수험생이 있기 마련"이라며 "정시에서 등급 상향 수험생 합격자가 나오면 정원 외로 추가 선발하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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