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도 크리스마스는 찾아 왔다. 27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 1TV <다큐멘터리 3일> 은 낯선 땅에서 연말을 보내는 노동자들의 3일을 따라가며 그들의 애환을 들여다본다. 다큐멘터리>
한 골목에서 50여개국의 언어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원곡동 거리. 주말이면 4만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명동’ 풍경을 연출한다. 각 나라별 전통음식점은 고향 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마다 고유의 춤과 노래가 흘러나온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뜬 표정도 감지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10년 전 원곡동에 이주인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필리핀 공동체. 천주교 신자가 80% 이상인 필리핀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다. 아내와 네 자녀를 고향에 두고 온 어노프레씨. 큰딸이 올해 초 딸을 낳았지만, 그는 아직 손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한국 생활 5년째, 식사 때마다 아내가 해 준 밥맛이 너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두 딸과 아내를 중국에 두고 온 송태윤씨는 일을 하다가 눈에 철사가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자비를 들여 치료를 받았지만, 충혈된 한쪽 눈은 계속 보이지 않는다.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 회사와 소송 중인 그는, 고향에 돌아갈 꿈이 멀어져만 간다며 눈물을 보인다.
이방인이라는 편견과 달리, 이들이 이미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리지만, 휴일을 반납하고 태안반도로 자원봉사활동을 떠나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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