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가 25일 내놓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인선은 그간 이 당선자가 말로만 제시해 온 국정 운영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는 첫 사례다. 향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 이번 인선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이 당선자가 추구하는 '실용'과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여기에다 이 당선자가 외쳐온 '탈(脫) 여의도'라는 상징성을 이 위원장은 갖추고 있다.
이 위원장은 숙명여대 총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1995년 제2 창학을 선언한 뒤 그간 '현모양처'이미지의 숙명여대를 '글로벌 리더 양성 기관'으로 탈바꿈 시켜냈다.
'비대하고 첩첩'하던 대학을 성공적으로 개혁해낸 전공의 소유자인 셈이다. 거대한 정부 조직을 앞에 놓고 있는 이 당선자가 5년에 걸쳐 해내고 싶은 일이 이 위원장의 이력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 당선자가 그간 강조해온 탈 여의도ㆍ탈 정치 의지도 위원장 인선에는 담겨 있다. 정치권 중진을 위원장에 앉히던 과거 당선자들과 달리 이 당선자가 대학총장 출신의 인사, 그것도 여성을 위원장에 앉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명 발표 직전까지도 "그래도 일을 하려면 정치권 인사에게 인수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건의가 많았지만 이 당선자는 끝내 뿌리쳤다고 한다. 탁상공론에 매몰된 정치를 떠나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 가치에 놓겠다는 그간 다짐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물론, 당내서 원내대표를 맡아 조정력과 정치력을 보여온 4선의 김형오 의원을 부위원장에 앉힘으로써 이 위원장의 무난한 착근을 배려했다.
각 분야별로 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려갈 인수위원들의 경우는 철저히 '실용'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치인 배제' 전망과는 달리 인수위원에는 40,50대 초선 의원들이 각 포스트에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측근은 "정치권이냐 비정치권이냐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그 직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기존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고 소장 개혁 학자들을 인수위원에 포진 시켰던 노무현 정부 인수위 스타일과는 차이를 두겠다는 뜻이다. 탈정치라는 상징성을 위원장 인선에 담은 만큼 실질적으로 일을 해나갈 인수위원 인선에서는 정치적 상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적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향후 국정 운영이 실질을 중시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임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징성과 함께 자신이 인수위 운영과 나아가 국정의 상당부분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총장이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행정과 의회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틀어쥐고 인수위를 끌고 가기는 힘들지 않겠냐"며 "아무래도 이 당선자가 그간 자신들과 호흡을 맞춰온 40, 50대 초선들과 함께 직접 인수위를 이끌고 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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