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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 (2) 신정아·변양균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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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 (2) 신정아·변양균 스캔들

입력
2007.12.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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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학력으로 지식사회의 기반을 훼손하고, 정부 재정운용 시스템의 투명성을 저해한 권력 남용 사건.’

10월30일 검찰은 ‘변양균ㆍ신정아씨 사건’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을 이렇게 규정했다. 신정아(35ㆍ여)씨의 학력 위조 파문은 한국 사회를 두 차례나 뒤흔들었다. 문화예술계 유력 인사들의 가짜 학력 의혹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고, 이어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권력을 이용한 신씨 비호, 불교계 내부 갈등, 대기업 비자금 등이 줄줄이 드러났다.

사랑에 눈 먼‘예술적 동지’의 스캔들을 넘어 학벌 사회, 권력의 뒷거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뒷돈 등 우리 사회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비리 종합세트’였다.

●실력보다 중요한 '간판'

신씨의 학력 위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 중시 풍토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신씨는 가짜 미국 캔자스주립대 학사ㆍ석사 학위를 내세워 젊고 유망한‘유학파’큐레이터로 자신을 포장했다. 잘 나가는 미술 전문가로 승승장구 하던 신씨는 급기야 예일대 박사 학위까지 위조했고, 변씨 도움으로 동국대 교수라는 날개를 달았다가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7월 초 신씨 사건이 보도되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제2, 제3의 신정아’가 속출했다.

김옥랑(62ㆍ여) 동숭아트센터 대표는 미인가 대학인 미국 퍼시픽웨스턴대 학사 학위로 성균관대 석사 학위를 딴 뒤 단국대 교수가 됐다는 의혹을 샀고, 영화배우 장미희(49ㆍ여)씨도 미국의 비인증 대학 학위로 국내 대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명지전문대 교수로 임용돼 논란을 일으켰다. 연극인 윤석화(52ㆍ여)씨, 만화가 이현세(51) 등의 ‘거짓 인생’도 줄줄이 드러났다.

학력위조 파문의 ‘회오리’는 거세게 몰아쳤지만, 신씨를 제외하곤 사법처리를 받은 경우는 드물다. 김옥랑 대표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씨 사건은 외견적으로는 관료 집단과의 유착을 통해 학교예산을 따내려 하는 대학의 그릇된 인식과 학위 검증제도 미비에 따른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력보다는 ‘간판’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의 은밀하고 추악한 뒷거래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친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변씨는 신씨를 ‘대기업 후원금을 잘 끌어오는 능력 있는 큐레이터’‘미술계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명망 있는 대학교수’로 포장해 갔다.

변씨는 신씨의 동국대 조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과정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 신씨의 거짓 학력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이 회주로 있는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불법으로 국고를 지원했다. 신씨 역시 변씨의 권세를 등에 업고 2004년부터 3년여 동안 10개 기업으로부터 총 8억5,000여만원의 성곡미술관 후원금을 받아냈고, 이 중 일부를 빼돌려 쓰기도 했다.

2005년 9월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될 당시부터 흘러나온 신씨의 가짜 학위 의혹이 뒤늦게 표면화 한 것은 변씨의 입김 덕분이었다.

신씨 사건의 여진(餘震)은 컸다. 신씨 횡령 혐의 조사 과정에서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남편인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이 위장 계열사에 1,271억여원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됐다. 불교 조계종 내부의 추악한 집안 싸움도 드러나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 거짓말 릴레이 결국 '부적절한 관계'로 판명

30대의 나이에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신정아(35ㆍ여)씨와 기획예산처 장ㆍ차관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에까지 올랐던 변양균(58)씨. ‘거짓말’과 ‘부적절한 관계’로 몰락하기 전까지 승승장구했던 두 사람은 지금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후 신씨와 변씨에 대한 공판이 4차례 진행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신씨는 지난 3일 2차 공판에서 변씨와 ‘연인 관계’였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검찰 조사 당시 ‘변씨는 예술적 동지’라고 주장했던 신씨가 재판성에서 돌연 “2003년 가을부터 변 실장님과 사귄 게 맞다”고 털어놓는 바람에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또 2004~2005년 두 사람은 휴대폰 번호 뒷자리 네개가 ‘3555’로 같은 일명 ‘커플폰’을 사용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신씨가 자신이 일하던 성곡미술관 직원 명의로 2개의 휴대폰을 구입한 뒤 하나를 변씨에게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임시로 사용하시라고 드렸던 것”이라며 건넸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에는 정작 신씨 본인보다 변씨가 더 적극적이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신씨는 평소 “현장에서 일하는 게 강단보다 더 좋다”고 했지만, 변씨는 “지금은 교수 되는 것만 생각하라”는 내용의 이메일(2004년 8월)을 보내는 등 대학 교수직을 얻으라고 신씨를 적극 설득했다는 것이다.

변씨는 10일 3차 공판에서 “2005년 5월 당시 동국대 총장이던 홍기삼씨에게 ‘예일대 후배 중에 좋은 인재가 있으니 교수 채용을 검토해 보라’고 추천했고, 신씨에게 면접을 준비하라고 귀띔했다”며 “신씨가 내 얘기에 반응을 안 보여 순간 머쓱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씨는 “동국대 교수직과 관련, 변씨와 상의한 적도 없고 추천 사실을 듣지도 못했다”며 변씨와의 ‘공모설’을 부인했다.

신씨는 지금도 “나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판정에서 학력위조 혐의를 추궁받을 때마다 그는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면서도 여전히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도 브로커에게 당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7일 4차 공판에선 “세상은 ‘꽃뱀’이라는 저속한 표현으로 나를 지칭했는데,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연도 많으니 그만 해달라”고 작심한 듯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신씨는 17일 갑상선 결절과 난소 종양, 악성 빈혈 등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 “수술이 필요하다”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구치소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허가 여부는 27일께 결정될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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