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재건축 건폐율ㆍ용적률 완화 같은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대선 이전부터 부동산 시장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서히 달아올랐다. 모든 거래를 일단 대선 이후로 미루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화답하듯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 인사들이 종부세 완화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하자, 시장이 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시장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측근 인사들의 경솔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반응이 알려 주듯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만큼이나 우려 또한 크다. 미시적으로는 이 당선자가 약속한 세금 및 규제 완화가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부동산 시장을 다시 뒤흔들 위험성이 있다.
거시적으로는 경제를 단기간에 살리려는 성급함과 대운하 건설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건설경기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다. 한국경제학회가 내일 열리는 경제정책 포럼 주제 발표자료를 통해 “새 정부의 정책 하나에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부동산시장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세금 부담을 일부 완화하고, 시장을 지나치게 옥죄는 규제를 선별적으로 손 볼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새 정권의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시장 기능 정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안정이다.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시장이 과열에 빠진다면 서민생활 안정에 치명타가 될 뿐 아니라 경제운영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먼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시장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규제 및 세부담 완화는 그런 시장 안정 기반 위에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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