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적 수입이 없는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종합부동세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 “종부세 산정기준으로 금액과 면적을 함께 사용해 작은 평수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
이명박 당선자 진영의 경제 브레인들이 잇따라 종부세 수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차기 정부의 ‘종부세 완화’는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24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종부세 수정작업을 진행중임을 언급했다.
하지만 종부세는 납세자들의 원성의 소리도 높지만 존속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종부세 완화론의 골자는 1가구1주택자 가운데 장기보유자, 소득없는 고령은퇴자에 대해선 세부담을 줄여주자는 것. 이를 위해 보유기간, 주택소유자의 소득, 연령, 주택면적 등에 따라 다양한 산정기준을 정한다는 것이다. 강 전 차관은 “세금 때문에 재산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과세원칙에 맞지 않다”며 “빚내서 세금 낸다는 불만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부세 옹호론자들의 입장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다. 애초 종부세 도입목적은 ▦단기적으로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고 ▦궁극적으로는 수십년간 왜곡되어 있던 보유세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 목표는 바뀔 수 없다는 것이 종부세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에 대한 국가간섭과 세금을 혐오했던 대표적 시장론자 밀턴 프리드먼도 ‘토지보유세가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했을 만큼 종부세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장 적다”면서 “1가구1주택자에게만 보유세를 적게 부과하면 오히려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몰려 지역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당장 현금 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세부담은 주택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 제도의 정착 등을 통해 줄여나가면 된다”며 “이미 주택소유자의 75%가 1가구1주택인 상황에서 종부세의 예외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부세 완화메시지가 결국 집값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에 따른 수혜는 결국 강남ㆍ서초 등 일부지역 고가주택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미 이들 지역에서는 법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부세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도 크다. 종부세로 거둔 돈은 각 지방에 교부세로 나눠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종부세 완화→종부세수 감소→지방지원재원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측도 종부세의 이런 양면성과 예민성 때문에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내년에는 현행대로 시행하고 2009년부터 세부담완화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집값이 안정된다면 그럭저럭 종부세 완화가 가능하겠지만, 부동산불안이 재연된다면 새 정부의 부동산조세정책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종부세의 운명은 집값이 쥐고 있다”는 한 정부당국자의 얘기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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