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의 충격에 잠겼던 대통합민주신당이 지도체제 정비 등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지작업을 시작했다. 24일 최고위원ㆍ상임고문단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내년 2월 3일 치를 전당대회 의장과 부의장을 임명하고, 당 쇄신위원장도 위촉했다.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그대로 끌고 갈 것인지, 단일지도체제로 바꿀 것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도 참패하고 만다는 위기의식이 뚜렷했다.
오충일 대표는 “사람과 조직, 노선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말로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위기의식과 달리 진정한 자성과 새 출발의 전제가 돼야 할 각 진영의 ‘내 탓’ 자인보다는 상대 진영을 겨냥한 ‘네 탓’ 주장이 무성했다. 특히 대선 참패를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 탓”으로 돌리는 노골적 비난과 386 측근을 비롯한 친노 진영의 2선 후퇴 주장이 꼬리를 물었다.
노 대통령의 정책 실패와 독선적 국정운용이 국민적 반감을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대선 참패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진정으로 참패의 원인을 따져 변화의 기초로 삼겠다면 이른바 ‘반(反) 노무현 투표 성향’ 외의 다른 요인도 짚어야 한다.
후보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는지, 네거티브 일변도였던 대선전략은 적절했는지,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왜 실패했는지 등을 고루 따져 마땅하다. 그런 변수만 없었어도 민주화 이후 최대 참패를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인책론은 한결 차분한 집단 자성으로 흘러야 한다. 특정 진영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은 한집 살림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당은 현재 원내 제1당이고, 내년 총선 이후에도 제1야당으로 남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비록 대선에서는 졌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어떤 의미에서는 야당 또한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다.
견제와 조화의 균형을 살려가며 차기 정부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무조건 발목 잡는 야당이 되지 않겠다”는 김효석 원내대표의 다짐만이라도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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