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신인치고 잘한다’는 평가에 만족해서는 안 되죠. 하지만 마음의 부담보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은 설렘이 앞섭니다.”
내년 1월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라이선스 서울 공연에서 무대 경력 12년의 베테랑 배우 김법래와 더불어 주인공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게 될 윤형렬(24)의 말투에서 제법 배우 태가 묻어났다. 노트르담>
지난해 디지털 싱글을, 올해 초 1집 음반을 발표한 경력이 전부인 신인 가수로 250대 1의 경쟁을 뚫고 <노트르담 드 파리> 의 꼽추 콰지모도로 발탁된 윤형렬은 처음 선 뮤지컬 무대인 10월 경남 김해 공연에 이어 12월 경기 고양 공연에서도 안정된 가창력을 보여 뮤지컬계에 대형 신인 탄생을 예고했다. 노트르담>
“서울 공연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호의적인 반응도 악평으로 되돌아올 거에요. 다행히 다리에 경련이 일 정도로 힘들었던 콰지모도의 꾸부정한 자세도 지금은 편해졌어요. 왼쪽 다리에만 힘이 들어가서 한쪽만 굵어지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요.”
중학교 때 이후 가수 이외의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윤형렬이 데뷔 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것은 <노트르담 드 파리> 제작사 NDPK의 오디션 제안 때문이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가나다 순으로 가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검색하던 NDPK측이 신인인 윤형렬의 목소리만 듣고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왔던 것. 노트르담>
소극장 창작 뮤지컬 한편 본 것이 전부였던 윤형렬에게 <노트르담 드 파리> 는 뮤지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했고 동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노트르담>
“가수로 무대에 설 때는 철저히 내면연기만 했죠. 저는 감정을 실어 노래한다고 하는데 그게 객석까지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뮤지컬 무대에서는 조금씩 다른 연기를 선보일 때마다 관객이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껴요. 가수 활동만 할 때보다 몸무게가 8kg이나 늘어서 대형 공연에 맞는 사이즈가 됐고요.(웃음)”
그는 뮤지컬을 시작한 후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처음엔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다 2003년 유재하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고부터는 “공부로는 못 받은 상을 음악으로라도 타니 기쁘다”며 적극적인 후원자가 된 아버지에게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것. 그의 생일에 김해 공연을 보러 온 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보였고 윤형렬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윤형렬을 보기 위해 김해에서 고양까지 온 팬이 있을 정도여서 “동방신기도 부럽지 않다”는 그지만 진한 분장을 한 채 연기하는 까닭에 팬들이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일도 많다고 한다. 20대 중반인 그에게 외모가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전혀요. 콰지모도처럼 화제가 되는 역할을 맡은 게 오히려 행운이죠. 추한 외모의 콰지모도를 했으니 이제 무슨 역을 해도 멋있어 보이지 않겠어요?”
“선배들로부터 스폰지처럼 잘 빨아들이는 배우라는 말을 들었다”며 당당히 자신의 장점을 내세울 줄 아는 신세대 배우 윤형렬은 새해에는 뮤지컬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장르의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진실된 배우가 될 겁니다. 이렇게 해야겠다고 정해서 하는 연기보다 감정이 우러나서 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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