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를 넘어서서, 가난한 나라도 잘 살아야 한다는 소신이 만들어 낸 책입니다. 원고를 쓸 당시의 사안에 충실했어요.”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교양 부문에서 수상한 장하준(44)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의 회고다. 이 시대 한국이 겪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의 경제학적 의미를 유창한 문체로 풀어, 21세기 초입의 세계와 한국에 대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이 책은 일반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제학 서적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의 글은 깊이와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포획한다. “정치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죠. 요즘은 프랑스 사학자 브로델의 역사학 저서를 보고 있어요.” 좌와 우를 통섭하는 이번 책도 마르크스에서 하이예크까지 두루 읽어낸 결과다. 다니엘 디포, 윈도98 등 상식인과 가까운 얘깃거리가 경제적 문제와 어깨를 겯는다.
장 교수는 “물질뿐만 아니라, 권력ㆍ제도ㆍ문화까지 봐야 한다”며 소통의 요령을 압축했다. 실제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 경제’ 등의 경제학적 서적을 5년 동안 1년에 한 번 꼴로 발표, 깊이와 인기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05년 레온티예프 상 최연소 수상을 비롯, 국내의 출판ㆍ저작 관련상을 석권한 그의 흡인력은 여전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장 교수는 한국이라는 자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벗어났다고 마음을 놓을 게 아니라, 러시아나 베네주엘라의 침투에 대비해 자본과 수출 시장의 확대를 고려할 때”라며 “자본 시장 자유화로 외국 투자가들의 입맛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1990년대 칠레가 실시한 기탁금 제도 등의 대비책을 연구할 때”라고 충고했다. 그는 ‘새 책이 나오면 1주일에 서너 개 씩의 질의 이메일을 받는다”며 “국내 언론에 기회 있을 때마다 기고, 한국 독자들과의 소통해 나갈 것”이라 했다.
대학에서 ‘경제발전론’을 강의중인 장 교수는 두바이 인터내셔널 파이낸셜의 초빙을 받고, 주식 시장과 금융 기구 등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기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다. “고위 관계자로 있는 제자가 초빙했어요. 그들의 급격한 자본주의화를 가능케 한 금융, 관광, 부동산 등에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제조업 등으로 관심을 돌릴 때라고 얘기하죠.” 장 교수는 “좌우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생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심사평/ 주류경제학 맹점 명쾌히 파헤쳐
교양부문 예선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온 11권의 책들은 어느 하나도 제쳐놓기 어려울 만큼 좋은 저술이었다. 다수 독자를 대상으로 했으면서도 장기간의 자료 조사와 연구를 거친 흔적들이 뚜렷하고 독창적인 주제를 파고든 공력도 높이 살만한 것이었다.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시의성, 가독성, 참신성 등의 기준을 가장 잘 만족시키고 있다. 세계화, 자유 무역, 경제 성장, 개발주의, 경제 불평등, 시장 개방, 쌍무 무역 협정, 번영, 부, 행복 등은 현대 한국인 모두의 관심사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복음은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가?
소위 주류경제학의 왜곡과 신화 만들기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명료한 언어로 파헤치면서 인간적인 문명의 건설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도정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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