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연말 논의를 시작해 올 3월13일 시작한 공동기획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일반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큰 결실을 맺었다. “내가 말해봐도 뭘…”하며 사그라졌을지도 모를 시민들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속속 현실화 한 2007년 한 해의 성과를 정리했다.
'내 아이디어'로 바뀐 세상
우선 ‘거리의 흉기’인 딱딱한 볼라드(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가 사라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규격과 어긋나게 설치된 볼라드 230여개를 제거하고, 용수철이 내장된 폴리우레탄을 덧씌운 부드러운 볼라드를 설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보도설치 및 관리 지침’ 개선안에서 볼라드 규격 변경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식품, 의약품, 전자제품도 더 안전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5월 점자표기 기준 등을 보완한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 기준안’을 만들어 12월부터 각 업체에 권장하고 있다. 유통 기한이나 제품 정보 안내 글씨도 크고 선명하게 바꾸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유통기한 표시가 없었던 아이스크림에 제조연월일 등을 표기하도록 업체에 요청했다.
지하철도 몰라보게 달라진다. 임산부, 노약자를 위한 배려석이 대폭 확충되고, 어린이 등을 위한 ‘낮은 손잡이(현재보다 10㎝ 낮은 160㎝)’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1량 당 배려석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낮은 손잡이도 1ㆍ2호선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영장 생리 할인’은 서울 송파구, 구로구, 관악구, 광진구, 울산 동구 등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이 내년 1월 은행자동화기기(ATM)의 ‘수수료 사전공지제’를 전면 도입해 타행카드를 써도 수수료를 선공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등록번호와 호적이 일치하지 않는 11만명을 돕는 방안도 행자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이 모색 중이다.
뜨거웠던 각계의 동참
문턱이 높아 보이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은행 등도 희망제작소와 행정자치부의 정책화 연구를 거쳐 본보를 통해 보도된 시민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정책 개선에 동참했다.
국회에서는 시민제안 입법화를 돕는 ‘호민관클럽’이 만들어졌고, 서울 노원구는 구청 공무원 전체가 참여했다. 노원구에서는 구청공무원들의 제안을 책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호민관클럽, 희망제작소 등과 2차례 입법화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이밖에 사회와 단절된 재소자들의 제안도 이어져 일부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