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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등급제 이어… 물리Ⅱ'정답 오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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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등급제 이어… 물리Ⅱ'정답 오류' 논란

입력
2007.12.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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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번엔 정답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과목의 11번 문항에 대해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최종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물리학회측은 “문제에 명백한 실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사상 초유의 ‘정답 변경’ 사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건 명시하지 않았다", "교육과정 범위에 부합한다"

논란이 된 물리Ⅱ 11번은 이상기체의 압력과 부피, 온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와 3개의 설명을 제시한 뒤 옳은 예시문을 모두 고르는 3점짜리 객관식 문항이다.

그러나 문제에서 이상기체를 언급하면서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명시하지 않는 바람에 논란에 휩싸였다. 이상기체는 단원자 분자와 다원자 분자로 구분이 되는데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체가 원자 하나짜리인 단원자인 경우에는 ④번(ㄴ, ㄷ)이 맞지만 원자가 여러 개 짜리라면 ②번(ㄷ)도 정답이라는 게 물리학회의 설명이다.

조건이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②번만 정답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평가원측은 ‘고교교육 과정 범위’를 내세워 물리학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현행 고교과정에서는 단원자 분자만 다루고 있어 굳이 조건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단원자 분자임을 전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평가원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평가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물리학회의 입장은 고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고려하지 않은 물리학적 관점에 따른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답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틀린 지적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상 출제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검정 절차를 거친 물리교과서 9종 가운데 교학사 등 2개 교과서에서는 다원자 분자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있고, 9월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적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평가원측의 해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리학회 관계자는 “11번 문항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것은 너무 뻔한 상식 수준”이라며 “이의 신청기간 중 정답 변경 기회를 놓친 평가원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 우려

수능에서 오답 시비로 ‘복수정답’이 인정된 경우는 2004학년도 언어영역 단 한 차례였다. 당초 제시한 모범답안이 뒤바뀌는 정답 변경은 없었다. 올해 물리Ⅱ에 응시한 수험생 1만 9,597명 중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학생은 각각 991명(5.06%), 1,290명(6.58%)이다.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1등급 구분점수(47점)대로라면 11번 논란 여하에 따라 등급이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각 대학이 이미 정시모집 원서접수에 들어간 상태여서 평가원의 최종 결론과 관계없이 수험생들의 집단 소송 등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리학회 주장

"문제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보기 'ㄴ'은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일 때만 맞고, 다원자 분자 이상기체인 경우에는 틀리다. 따라서 수험생의 이상기체에 대한 이해 수준에 따라 ②번(ㄷ)과 ④번(ㄴ, ㄷ) 모두 답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해명

"물리학회의 입장은 고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고려하지 않은 물리학적 관점에서 따른 것이다. 이상기체를 단원자 분자와 다원자 분자로 구분해 내부에너지를 구하는 것은 제7차 물리Ⅱ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위배되므로 정답 ④번에는 이상이 없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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