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후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사령탑)’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포인트는 옛 ‘경제기획원(EPB)’ 부활 가능성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한 측근은 23일 “경제부처 개편은 변화한 경제환경에 적합한 기능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원칙만 정해진 상태이며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정부조직개편안은 모두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면서도 “다만 현 재정경제부 체제는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총괄하는데 문제가 있다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이는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 정부조직을 ‘대부대국(大部大局) 체제’로 축소 개편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조정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도 “이명박 당선자 측이 국가의 미래전략을 기획하는 국가전략기획원 같은 조직의 신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전략기획원’ 신설을 공론화한 곳은 보수그룹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박세일 서울대교수가 이끄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 재단의 정부개혁안을 작성한 김관보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전략기획원은 부총리 직급으로 현재 재경부의 경제정책 및 조정기능과 기획예산처의 기획 및 예산 편성ㆍ집행기능,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일부기능 등을 통합해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고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안대로라면 국가전략기획원은 1994년 재정경제원(경제기획원+재무부) 통합이전의 EPB와 유사 기능을 갖는다. 더욱이 재무부도 부활해 현 재경부의 조세와 금융정책을 담당토록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지금의 재경부 체제에 대해선 개선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경제사령탑 임무가 부여됐음에도 불구, 실상은 타 부처를 주도할 ‘힘’이 없는 ‘껍데기 사령관’에 불과했다.
힘의 원천은 돈, 바로 예산권. 그런데 이 예산권은 부총리 아닌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주어져 있다. 한 경제부처 고위관료는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경제부총리 아니라 당연히 기획예산처 장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가 실질적 부처장악력을 가지려면, 예산권부터 확보해야 한다는게 현실적인 시각이다. 과거 EPB가 경제개발과 자원배분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예산편성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경부의 경제정책ㆍ조정기능과 기획예산처를 합쳐 옛 EPB식의 ‘국가전략기획원’을 만들자는 주장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EPB부활에 대해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옛날식 발상이란 얘기다. 개발연대를 이끌었던 EPB부활은 민간경제 부문이 비약적으로 커진 현재 상황에 맞지 않고, 시장자율경제를 강조하는 이 당선자의 공약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조직을 통폐합하면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유ㆍ무형의 비용이 수반된다”며 “현재 시스템에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도 “과거 경제기획원과 같은 기능을 갖는 부처를 부활하는 것이 작은 정부의 취지에 맞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또 다른 ‘공룡부처’의 부활을 경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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