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연말이면 앞 다퉈 이듬해 증시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수많은 변수를 조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힘든 일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전망은 예상 밖의 변수가 튀어 나오면 여지 없이 빗나가고 만다. 낙관론을 펼쳤다가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그나마 투자자들은 관대한 편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퇴출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낙관론만 믿다가 겪은 손해보다는 비관론을 믿고 투자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에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년 증시 예상치를 내놓아야 한다.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증권 전문가들의 이듬해 증시 전망치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까.
신통치 않은 예측력
일단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굿모닝신한증권 교보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들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제시한 종합주가지수 최고 전망치를 분석해 보면 결과는 낙제점이다. 이들이 내놓은 최고치는 실제 지수보다 평균 13.44% 낮았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이들 증권사는 올해 지수가 최고 1,580~1,780포인트 정도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2,064.85를 기록해 17.95%의 차이를 보였다.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지만 연초대비 40% 이상 급등할 것이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지수가 전년도에 비해 급상승할수록 증권사들의 예측치는 형편없이 추락했다. 전년보다 지수가 각각 최고 443.31포인트와 600.15포인트 오른 2004년과 2007년에는 격차가 20.98%와 17.95%나 났다.
그나마 신통한(?) 증권사를 찾으라면 대신증권이 평균 8.90%의 오차를 보여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10.58%) 대우증권(11.68%)이 뒤를 이었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갈수록 우리 증시가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주가를 전망하는 일이 힘들다”며 “투자자들은 되도록 수치보다는 증시가 오를지 내릴지 정도만 파악한 뒤 업종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증시 전망
내년 증시 전망은 더욱 가관이다. 일단 내년 증시가 올해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증권사별 예상 최고치는 2,100~2,550으로 격차가 무려 450포인트나 되고 최저치도 30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 지 분간이 안 가는 상황이다. 이는 장밋빛 일색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조정론과 상승론이 확연하게 갈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정론을 펼치는 대표적인 증권사는 교보증권과 삼성증권. 이 두 증권사들은 우리 증시가 올해 시세를 분출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한 체력이 소진된 데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후폭풍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증권사들은 해외 변수가 있겠지만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다른 증시에 비해 우리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된 만큼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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