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고 언론계의 관심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미디어 정책에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신문ㆍ방송 겸영, 지상파 방송 구조개편 등 민감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언론과 관련한 이 당선자의 정책방향을 ‘자율성’과 ‘공정성’으로 축약한다. 이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총괄ㆍ조정 기구로 ‘21세기 미디어위원회’(가칭)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논리로 인해 언론의 공영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BS수신료, 중간광고
이 당선자는 공정성 확보와 경영 효율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공영방송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KBS뿐 아니라 MBC, EBS 등의 인사와 경영을 총괄하는 성격의 기구다. 이 경우 KBS이사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 기존 조직의 해체도 검토 대상이 된다.
MBC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에서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민영화를 포함한 대대적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당선자의 미디어 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는 박천일 교수(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는 “국정TV, 아리랑TV, 국회방송 등도 하나의 공영방송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에 대해서는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등 미디어사업자 간 재원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방송통신 융합, 신문방송 겸업
한나라당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친 새로운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의 정책 기능과 심의 기능은 구분 지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두 조직이 통합된 새로운 정부부처가 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고, 심의와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업무도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와 방송사의 교차 소유도 허용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미디어융합시대에 신문, 방송 간의 벽을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지상파를 제외한 방송매체와 신문사의 교차 소유를 허용할 방침을 내비쳤다. 이 경우 대형 신문사가 종합편성케이블채널 소유해 사실상 보도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형 케이블업체가 신문사를 사들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거세지는 시장논리, 흔들리는 공영성
산업논리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 당선자의 특성상, 언론의 기본 가치인 공영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14일 열린 ‘17대 대선후보 미디어정책 평가토론회’에서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그동안 미디어어의 공공적 성격이 강조돼 왔었는데 민영화 등을 통한 효율성 추구로 인해 과잉시장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신문ㆍ방송 겸업 허용은 일부 신문의 여론 독과점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공영 1민영’이라는 방송정책의 기본이 ‘1공영 다민영’의 구조로 변화할 경우, 프랑스의 TF1의 민영화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방송의 공공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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