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식 입시 교육이 얼마나 문제적인가를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고미숙)
“청소년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까웠죠.”(윤세진)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놀고 싶어진다면 무엇보다 기쁜 일이지요.”(한경애)
청소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민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할 만한 책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부, 놀이, 언어, 예술을 소재로 한 4권의 달인시리즈(그린비ㆍ호모콩푸스ㆍ호모루덴스ㆍ호모로?스ㆍ호모아르텍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수유+ 너머’연구자들의 고민이 집약된 시리즈다. 청소년을 겨냥해 낸 시리즈라 의식적으로 입말을 쓰고, 문장을 짧게 쓰거나 인터넷 언어인 이모티콘을 사용했지만 의외로 흥미있게 읽었다는 성인 독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많이 나간 책은 ‘호모콩푸스’. 저자인 고미숙(사진 왼쪽)씨는 이 책이 출판된 후 춘천, 서귀포, 평창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학부모, 교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특강도 했다. “‘공부하라 공부하라’고 재촉은 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학생들의 호소가 절박했어요.” 고씨는 이 책에서 진짜 공부란 권력이나 부를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독서야말로 진짜 공부라고 역설한다.
‘호모루덴스’에서 소비되고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서의 놀이를 역설한 한경애씨는 현재 중학교 국어교사. 한씨는“바보 같은 교육정책 속에서 소외된 채 하루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고도사회가 팔아치우는 놀이를 멍하니 소비하며 노는 법을 자꾸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호모로?스’는 저자 윤세진(필명 채윤)씨가 고등학교 교사시절이던 7년 전 출간 <신 국어독본> 을 대폭 개정한 책으로 모국어, 표준어, 방언의 경계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언어놀이의 세계로 인도한다. 신>
애초 놀이와 예술을 주제로 한 2권짜리‘청소년을 위한 철학 시리즈’로 기획했으나 이곳저곳 출판사를 떠돌아다니던 원고가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기획을 한 그린비에서 주인을 만났다는 뒷얘기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조금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미래의 인문독자인 청소년들에게 강한 문제의식을 던져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시리즈로 묶었다”며 “청소년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후속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심사평/ 청소년 자유로운 성찰 독려
청소년 독자로 하여금 논술이나 입시 준비를 넘어 기성 세대가 강요하는 가치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인간으로서의 주체적 사고와 자유로운 성찰을 독려하는 인문서는 드물다. ‘달인’ 시리즈는 이러한 빈자리를 메우는 눈에 띄는 기획이었다.
필자들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이며 신나는 추동력으로서의 공부와 놀이 세상과 인생을 재구성하고 되살리는 도구로서의 글,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알고 표현하는 건강한 수단으로서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 독자들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뒤집어보고 꿰뚫어 보는 즐거운 전복적 사유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기본적으로는 어른의 '소망'을 피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진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사진=최흥수기자 chio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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