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의 국가경영철학은 ‘경험적 실용주의’이다. 서양의 실용주의 철학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학 사상을 융합한 개념이다. 세계화와 무한경쟁 시대에 이념을 뛰어 넘은 실용주의 리더십은 사실 글로벌 트렌드다. 외국 지도자 중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아이콘으로 돼 있다.
그래서 이 당선자 주변에선 “사르코지 리더십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박형준 대변인은 “담론의 정치에 매몰됐던 프랑스에 실용주의 물결을 전파한 사르코지 대통령과 유사한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도 후보 시절 “일 더 하고 돈 더 벌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말이 참 좋지 않느냐”, “사르코지 대통령이 친미를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했는데 한나라당도 포퓰리즘 정책을 뛰어 넘어야 한다” 고 언급한 바 있다.
사르코지 리더십은 국익 최우선의 실용주의 세일즈 외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중동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적극 호응, 양국 관계를 복원시켰다. 그는 또 11월 중국을 방문해 300억 달러 상당의 투자 협정을 맺었고, 인권 문제가 걸려 있는 리비아와 모로코 등에도 엄청난 세일즈 실적을 올렸다.
때문에 ‘미국인 사르코’, ‘테러리스트와 죽음의 키스를 했다’ 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그는 “외교에서 가치도 중요하지만 프랑스 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 당선자도 ‘원칙 있는 실용 외교’와 ‘한미 동맹 강화’를 내세운다. 그는 “친미ㆍ반미냐 친중ㆍ반중이냐 보다 국익을 우선해 세계로 나가는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한 만큼 에너지 외교 등에서 최고경영자형 세일즈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1월 프랑스의 고질병인 노조 총파업을 2주만에 해결했다. 그는 파업 현장에 뛰어들어 “정부가 물러서는 것은 프랑스가 물러서는 것”이라며 강력한 리더십과 원칙 있는 타협으로 노조를 설득했다. 이 당선자 측은 이를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서울시 대중교통 개혁 때 민주적 토론으로 목표를 정한 뒤 강한 추진력으로 실천해 나간 것’과 비교한다.
두 사람의 경제 리더십도 상당히 유사하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가 경제 활성화의 기본’이라는 ‘엠비노믹스’와 ‘경제가 성장해야 국민에게 분배할 몫이 커진다’는 ‘사르코노믹스’는 사실상 동의어다. 또 사르코지 대통령은 5월 취임 직후 장관 수를 30명에서 15명으로 줄이고 2012년까지 공무원 10만명 감축을 약속하는 등 비대한 정부 조직에 메스를 댔다. ‘절약하며 일 잘하는 실용 정부’는 이 당선자의 지론이다. 그는 공기업의 효율화 및 민영화 등 정부 조직을 전면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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