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채점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3일 복수정답 논란을 빚고 있는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물리II 11번 문항(3점)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답을 변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복수정답을 제기했던 한국물리학회측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평가원측을 압박하고 있고, 수험생들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격화할 조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위관계자는 이날 “11번 문항의 정답은 ④번이 맞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며 “채점 전 이 사실을 확인한데 이어 다시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검토했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평가원측은 복수정답 논란이 표면화 한 22, 23일 이틀간 긴급 회의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교 수준에서 ‘이상기체’라는 의미는 당연히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다원자 분자 이상기체의 경우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복수정답은 잘못된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물리학회측은 “평가원이 처음 이의신청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바로 잡아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물리학회 관계자는 “(정답변경 등) 향후 대처는 평가원이 알아서 해야겠지만 11번 문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학생이나 교사들은 복수정답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평가원측의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 심사에서도 11번 문항 정답은 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수시2학기 모집이 모두 끝나고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한창인 상황에서 정답변경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입장 선회가 없는 한 복수정답 인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물리II를 치른 수험생 중 일부는 “다원자 분자 내용이 교과서에도 있고 수업시간에 배우기도했다”며 평가원이 복수정답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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