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세 팀엔 있는데 현대만 없는 게 뭘까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낸 퀴즈의 정답은 바로 외국인선수다. 일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용병이 없는 현대캐피탈의 고민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캐피탈은 퇴출된 용병 커트 토펠(미국)의 빈자리를 메우던 신인 임시형까지 최근 어깨 부상을 호소했다.
3연패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는 베테랑 후인정. 김호철 감독은 후인정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은 박철우와 주상용에게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 왼쪽 공격수로 변신한 후인정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이 LIG손해보험에 이어 대한항공까지 격파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대한항공과의 홈 경기에서 3-2(26-24 21-25 18-25 25-18 15-12) 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은 구미에서 상무를 3-0(25-15 25-19 25-15)으로 물리친 LIG손해보험과 함께 4승3패를 기록했지만 점수득실률에서 뒤져 4위를 유지했다.
현대캐피탈이 12-11로 앞선 최종 5세트. 대한항공 세터 김영래는 최후의 보루인 용병 보비(34점)에게 연거푸 공격 기회를 내줬다. 그러나 후인정의 블로킹이 208㎝ 거인 보비의 고공 강타를 잇달아 봉쇄했다. 양팀 통틀어 최다블로킹(5개)을 성공시킨 후인정은 팀내 최다득점(21점)과 함게 '보비를 막으라'는 김호철 감독의 주문을 100% 소화해내 승리의 주역이 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서브의 약 36%를 후인정에게 집중시켰다. 서브 리시브를 흔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후인정은 자신에게 쏟아진 서브 32개 가운데 28개를 받아냈다. 김호철 감독은 "서브를 받지 않던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변신한 후인정이 정말 잘해줬다"면서 "주장답게 어려울 때마다 리시브와 블로킹을 잘해줘 역전승했다"고 말했다.
일단 한숨을 돌린 현대캐피탈은 현재 대체용병을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로 떠난 숀 루니의 공백을 채울 만한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토펠처럼 국내 선수와 융화하지 못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며 칼을 빼든 김 감독은 "용병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용병을 고르겠다"고 밝혔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김연경(28점)을 앞세워 GS칼텍스를 3-1(28-26 26-24 19-25 25-22)로 꺾었다. 5연승의 콧노래를 부른 흥국생명(5승1패)은 선두 KT& G(5승)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천안=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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