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벤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벤허'

입력
2007.12.23 14:55
0 0

오늘 저녁이나 내일 쯤이면 영화 <벤허(ben-hur)> 를 또 만날 것이다. TV가 일반화한 이후 20년 이상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특선’이나 ‘주말의 명화’로 찾아왔고, 유선TV가 활성화하자 더 쉽게 안방에서 만나게 됐다.

유대 청년 벤허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영화다. 예수와 또래(?)인 벤허는 세상 삶에서 인간 예수와 상반된 상황으로 등장해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예수가 하나님 옆에 자리를 잡는 순간 벤허 역시 지상천국에 이르도록 설정, 함께 같은 목표에 도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기독교적 훈시를 드러낸 대목이 적지 않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벤허가 노예로 전락해 로마 전함 밑바닥에 갇혀 노를 젓던 중 해적선단을 만났다. 자신이 배속됐던 사령관의 전함은 침몰했으나 전투는 로마의 승리로 끝난다.

청년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한 그 사령관은 말했다. “네가 믿는다는 그 신은 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그토록 핍박하고 있는 로마에게 승리를 안겼다(정확한 대사는?).” 배가 침몰하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로마의 자존심이 투철했던 해군사령관이 노예 청년의 믿음에 설복 당해 내놓은 고백이다.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가 된 것은 원작 소설 <벤허> 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루 월리스(Lew Wallaceㆍ1827~1905)가 1880년 <그리스도의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달아 발표한 소설은 1925년부터 무성영화로 인기를 누렸고, 1959년 윌리엄 와일러(1901~1981) 감독에 의해 지금의 영화로 부활했다.

남북전쟁 때 북군 장군이었던 월리스가 기독교와 예수의 허황된 주장을 반박하려고 성경을 탐색하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임을 확인하고 썼다고 한다. 외교관 변호사를 지낸 경력으로 보아 그의 고백까지 ‘소설’로 볼 것은 아닌 듯하다.

■종교적 특성만으로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 노예선 이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마차경주, 아니 그 전날 밤의 장면이다. 청년 벤허는 출전을 앞두고 네 마리의 말과 ‘대화’를 나눈다. “맨 안쪽에서 달려야 하는 너는 서두르면 안 돼. 친구들이 충분히 돌 때까지 기다려야지. 맨 바깥쪽 너는 가장 힘들 것이다.

하지만 너를 위해 보조를 늦추는 동료들을 생각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협동과 조화를 소중히 여긴 팀은 힘과 능력을 겸비한 로마 최강의 팀을 스스로 무너지게 했다. <벤허> 를 또 보면서 감명을 받는 사람은 기독교인 뿐만이 아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