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법조 3륜의 ‘계륵’으로 떠올랐다.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 특검법 폐기 공방이 일고있는 가운데 법원, 검찰, 변호사 업계는 한결같이 골치만 앓고있다. 반대하자니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부담이 크고, 찬성하자니 특검 후보 물색의 어려움 등 현실적 난제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특검 추천권이 우선 고민이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유전 특검’ 당시 특검 추천권을 행사했다가 3권 분립 위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수사내용을 판결해야 할 법원이 수사주체를 직접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 취지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26일 대통령이 특검법을 의결하면 바로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대법원으로서는 또다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셈이다.
인선난도 만만치 않다. 최대한 비정치적인 인물을 뽑아야 할 상황인 만큼 당직을 가졌던 전례가 있거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들은 제외해야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특검인 만큼 검찰 출신 인사들도 쉽게 선임하기 어렵다. ‘차 떼고 포 떼면’ 변변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고충이다.
그렇다고 특검후보 추천을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전 특검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더 이상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에 부여하지 말라고 호소했다”며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결자해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의 속앓이도 만만찮다. 검찰로서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수사결과가 재차 검증대에 오르는 마당에 특검이 달가울 리 없다. 문제는 검찰이 공식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밝히기 애매하다는 점이다. 우선, 국민의 과반수가 BBK 사건과 관련해 검찰보다는 김경준씨를 더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떡값 검사 논란에 휩싸인 검찰 수뇌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입을 열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정치권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뇌부의 조심스런 행보는 적어도 삼성 비자금 특검이 종료되는 내년 4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양분된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명박 특검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권이나 참고인 동행명령제가 3권 분립 원칙과 현행 법에 위배되며 특정개인을 대상으로 한 특검도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도 21일 “이명박 특검법은 거부 또는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정반대 입장이다. 민변 한택근 사무총장은 “이번 특검법은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제정, 통과된 것이며 이명박 당선자도 대선 전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위헌 논란이 있으면 관련 조항에 대해서만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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