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은 변신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직업을 택한다고 해도 금융 관련 업종에서 벗어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민호기(54) 세광쉽핑 부회장은 별종에 속한다.
이른바 '신도 다니고 싶어한다'는 국책은행(산업은행)에서 30년간 근무했던 민 부회장은 올해 2월 중형 조선ㆍ해운기업인 세광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은행 경력 정도면 기업체 고문이나 감사, 혹은 산업은행 계열사 임원으로 가는 게 통상적인 코스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실장으로 조선업종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해운ㆍ조선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민 부회장은 "일부 과잉 논란도 있지만, 중형 조선업체의 경우 특화된 선박에 집중한다면 여전히 시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블록(선박 부분품) 제조업체인 세광엠텍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세광엠텍은 3월 강원 삼척시에 공장을 마련, 5월부터 블록 생산에 들어갔다.
그는 "서울 사무소와 삼척을 수시로 오가며 직접 현장을 챙기니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다"고 했다. 특수선(화학물 운반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세광중공업에 블록을 안정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설명이다. 세광중공업은 2009년 초까지 46척의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해야 한다.
민 부회장은 "대기업과는 달리, 모든 게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성장하고 있다"며 "세광그룹이 알짜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광그룹은 조선ㆍ해운ㆍ레저ㆍ건설 등의 계열사를 둔 매출액 4,200억원(2006년 말) 규모의 중형기업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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