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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하늘의 시소' 삐그덕 쿵, 삐그덕 콩… 누구 죄가 더 무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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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하늘의 시소' 삐그덕 쿵, 삐그덕 콩… 누구 죄가 더 무거울까

입력
2007.1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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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미키에 글ㆍ이영림 그림ㆍ햇살과나무꾼 옮김 / 보물창고 발행ㆍ144쪽ㆍ18,800원

열두 살 소녀 미오는 잘생긴 외모와 사려 깊은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같은 반 친구 사노를 친구 에리와 함께 미행한다. 사노가 누구에게도 자기 집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노를 미행한 두 소녀는 그가 아름다운 양옥집으로 쑥 들어가버리자 “사노한테 딱 어울리는 집”이라며 감탄하지만, 사실 그곳은 사노의 집이 아니었다. 사노의 아버지는 허름한 고물상에 사는 시커먼 얼굴의 고물장수였다.

미오의 일상을 담은 여섯편의 연작 동화를 엮은 이 책은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적인 문체로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따스하게 보듬는다.

표제작인 ‘하늘의 시소’는 아버지가 고물장수라는 소문이 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노와 사노에게 용서를 받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미오의 안타까운 마음, 그 둘의 화해과정이 한편의 서정시처럼 펼쳐진다.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사노의 자책감과 친구를 괴롭혔다는 미오의 미안함은 해질녘 시소를 타는 말 없는 두 친구의 모습으로 애잔하게 시각화되며 한 뼘 더 자란 내면의 키를 보여준다.

“삐그덕 쿵, 내 죄가 더 무거울까? 삐그덕 콩, 내 죄가 더 무거울까? 쿵덕, 콩닥.” 그때 “휘이잉, 하고 한층 세찬 바람이 불자 벚꽃이 일제히 흩날렸다.”(92~93쪽)

잔소리만 하는 엄마와의 잦은 다툼으로 가출하고 싶은 마음(‘한 방울의 바다’), 어느새 못된 어른을 닮아가는 자신에 대한 실망(‘가시 천 개’), 귀찮기만 한 얄미운 동생이지만 보호해주고 싶은 우애(‘털게’) 등 성장기 소녀의 소소한 일상과 감정이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재치있게 전개된다.

신인 아동문학가 등용문인 무쿠하토주상 수상작인 이 책은 어린이책 전문 기획실 햇살과나무꾼이 우리말로 옮겼다. 유려한 번역 덕에 몇몇 문장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가시처럼 박힐 듯하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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