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취임 이후 당ㆍ정ㆍ청의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당선자측은 이를 위해 현행 당헌 당규가 규정한 당권ㆍ대권 분리 원칙을 수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당권ㆍ대권 분리 문제는 단기적으로 4개월 뒤 총선, 장기적으로는 2012년 총선의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와 연결되는 사안이어서 당론 조율 과정에서 이 당선자측과 친 박근혜 전 대표측간에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경선 당시 이 당선자의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노무현 대통령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당은 당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각자 따로따로 나간 것”며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협력, 국정수행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총선 공천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당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해서 공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측 한 핵심 의원도 “현재의 당헌 당규는 야당시절의 당헌 당규”라며 “여당이 되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하고,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은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은 당정간 원활한 관계설정을 위해 정무장관 또는 청와대 정무수석직을 부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 “현 지도체제가 7월까지 가는데, 그 전에 당헌ㆍ당규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권 대권 분리를 야당일 때만 해야 한다는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이 당선자측의 당헌ㆍ당규 개정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강 대표는 이어 “야당은 대권이 없다. 당권 대권 분리는 여당이 되고 대통령을 배출한 당일 때를 예상한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를 만들어서 여당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대표측의 한 의원도 “정치적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규정이 변경된다면 그에 맞는 명백한 이유부터 합리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며 당헌ㆍ당규 개정에 반대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총재에게 당권ㆍ대권 분리를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탈당했고, 복당 이후 대표에 취임한 뒤 당권ㆍ대권 분리를 당헌ㆍ 당규에 명문화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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