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회스타 지음ㆍ안기순 옮김 / 도솔출판사 발행ㆍ448쪽ㆍ2만2,000원
뇌과학의 발달로 연애감정 조차 두뇌활동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진 시대에 ‘심장은 양심이 자리하는 곳이며, 인간은 갖가지 감정을 심장을 통해 순수하게 신체적ㆍ감각적으로 경험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퍽 어렵다.
노르웨이의 문화사학자 올레 회스타가 쓴 <하트의 역사> 가 일견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저자의 주관이 강한 문장들을 요령껏 피해간다는 전제 아래, 책은 5,000년 인류문명의 역사를 심장이라는 기관에 담긴 함의와 상징을 통해 살펴 본 문화사적 연구의 흥미로운 성과물로서 의미를 갖는다. 하트의>
17세기에 데카르트가 영혼과 심장, 즉 영혼과 육체를 분리한 이원론을 펴기 전까지 심장은 서양문명에서는 인간의 목숨과 직결된 것이면서 마음이고 정신이었다. 특히 서구문명의 태동기, 심장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메신저였다.
최초의 인류 문명 발생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주인공이 신에게 심장을 제물로 바친다거나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다른 장기는 다 빼서 버리면서도 심장만은 방부처리해 시신에 다시 넣음으로써 사후세계에서 천국에 갈 증거물로 삼는다는 것 등은 심장이 삶의 증거이자 영혼 자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심장은 서구문화의 뿌리가 되는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영혼과 결별하며 플라톤은 자연의 물질에는 영혼이 없고 영혼의 목적은 물질과 육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심장이 다시 영혼의 이미지로 복귀한 것은 그리스도교를 통해서이며 기독교 문명의 전성기인 중세에는 심장이 사랑과 열정, 고통과 연민의 이미지이자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르네상스 이후에서는 심장이 사랑을 뜻하는 장기로도 등장했다.
책의 후반부는 문학이나 미술 등 예술작품을 통해 재탄생한 심장의 의미와 상징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셰익스피어, 괴테,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푸코, 아도르노 등 당대의 저술가들이 저마다의 시각에서 해석한 심장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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