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만 총통 후보들이 저마다 ‘대만의 이명박’임을 자처하고 있다고 홍콩 봉황(鳳凰)TV 등이 21일 보도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총통 후보가 정치광고 등을 통해 “한국대선은 현 대만 총통 선거와 몇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며 “유권자의 사고가 변했다는 점, 정부가 경제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과 민진당 정부가 대만독립 문제에 매달려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빗대면서 자신이 이명박 당선자와 같은 후보라는 점을 은연중 내비친 것이다.
셰창팅(謝長庭) 민진당 총통 후보도“나는 대도시 시장으로 상당한 업적을 쌓은 뒤 대선에서 당선된 이 당선자와 비슷한 경력을 지녔다”며 자신이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시장으로 상당한 업적을 쌓았음을 부각했다.
셰 후보는 “마 후보의 ‘623’ 프로젝트는 이명박 당선자의 747 프로젝트를 본뜬 것으로 창의성이 전혀 없다”고 마 후보를 공격했다. 마 후보의 623 프로젝트는 경제성장률 6% 달성, 201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실업률 3% 이하 달성을 이루겠다는 공약이다.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도 이명박 당선자의 시정을 거론하며 마잉주 후보를 공격했다. 천 총통은 “이 당선자는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중국식인 한청(漢城)에서 한국식인 서우얼(首爾)로 바꾸었다”며 “하지만 마 후보는 정명(正名)운동에 반대하고 있다”며 마 후보를 비판했다.
대만 독립을 추진중인 천 총통은 중국 냄새가 풍기는 공공기관, 공기업, 공원 등의 명칭을 대만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국민당 및 중국 정부와 갈등하고 있다.
천 총통은 “셰창팅 후보는 가오슝 시장 시절 헤이룽장(黑龍江)보다 더 검게 오염된 아이허(愛河)를 맑은 강으로 되살려놓았으며 이는 이명박 당선자의 청계천 사업에 비견된다”고 덧붙였다.
이 상황에서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은 “이 당선자는 1인당 국민소득을 4만달러 높여주겠다는 확고한 경제 비전을 밝혔지만 대만 총통 후보들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대만 국민이 아니라 지도자들”이라고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