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삼엽충-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삼엽충-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입력
2007.12.21 14:55
0 0

리처드 포티 지음ㆍ이한음 옮김 / 뿌리와 이파리 발행ㆍ324쪽ㆍ2만2,000원

삼엽충. 5억 4,000만 년 전에 세상에 등장한 고생대

의 딱정벌레. 무려 3억 년간 지구를 뒤덮었던 이들은 이 땅의 생명 중 가장 먼저 눈을 가졌던 매혹적인 진화의 목격자이다. 사람들은 공룡에 대해 얘기하지만 삼엽충은 이들보다 2배나 더 오래 살아 있었고 그 매력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 런던자연사박물관 수석 고생물학자로 30년 넘게 삼엽충을 연구해온 전문가인 저자가, 14세 때부터 사랑에 빠진 ‘딱정벌레’ 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책 제목(원제 Trilobite!)에 감탄부호를 붙였다. 5억 년이나 묵은 셰일(Shaleㆍ이판암) 벽을 타고 올라 돌로 변한 삼엽충의 눈을 마주치고 이 고생물에 인생을 올인한 학자가 말하는 삼엽충은 실로 지구의 모든 이벤트를 수록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감탄의 연속이다.

“이윽고 나는 삼엽충을 발견했다. 그 암석은 그 동물을 사이에 두고 쩍 갈라졌다. 내 손에 쥔 것은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내 인생을 바꾸게 된 동물을 처음 발견한 순간이었다. 삼엽충의 길고 가느다란 눈이 나를 응시했고 나도 마주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떤 푸른 눈동자보다 더 압도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5억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전율을 느끼게 됐다.” 저자가 처음 삼엽충 화석을 마주친 순간이다.

삼엽충은 말 그대로 몸이 세 부분으로 구분된 곤충을 뜻한다. 몸길이는 수mm에서 45cm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몸 구조는 공통으로 머리부, 가슴부, 꼬리부로 나뉜다. 삼엽충은 변종이 많다. 달걀형은 물론 뾰족한 것, 통통한 것, 납작한 것 등 다양하다.

저자가 말하는 삼엽충의 가장 큰 의미는 최초로 눈을 가진 생물이었다는 것. 생물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캄브리아기(5억~6억 년 전) 대폭발’의 시초였던 삼엽충은 처음으로 시각을 가져 적극적인 포식을 할 수 있는 동물이었다.

삼엽충의 사냥이 시작되면서 다른 생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외갑피로 몸을 두른 진화가 가속됐고, 각각의 동물이 그 갑옷 아래에서 이전과 다른 복잡한 몸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젠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서 화석을 구입해 가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삼엽충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고작 삼엽충의 0.5%만큼 살아온 인류에게 심오하게 다가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고대생물을 그저 단순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삼엽충을 보여주지 않는다. 삼엽충을 만나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내리는 과학자의 여정이 함께 담겨, 읽는 이의 호기심을 한층 끌어올린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