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부트 지음ㆍ송대범 한태영 옮김 / 플래닛 미디어 발행ㆍ966쪽ㆍ3만9,800원
1494년 프랑스의 샤를 8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 투르크에 대한 십자군 원정을 꿈꾸며 전초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탈리아반도 남쪽의 나폴리왕국 원정에 나섰다.
로마군 이래 유럽 최초의 상비군에다 강력한 화력의 활강식 전장포(前裝砲)라는 최신무기를 갖춘 프랑스군은 과거 7년간이나 적의 공격을 막아냈던 몬테 산 조반니 요새를 불과 8시간에 함락하고, 6개월도 채 안돼 이탈리아 전역을 석권했다. 성벽 뒤에 숨어 적의 공격을 막아내던 시절은 화약과 대포 앞에서 종말을 고했다.
과거 1,000년간 변하지 않았던 전쟁의 양상을 급변시킨 프랑스군의 이 원정은 근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고, 이후 500년간 계속되고 있는 군사 혁명의 출발점이었으며, 초기에는 유럽에서 그 다음에는 그 밖의 다른 지역으로 차례로 확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양 패권의 근원이 되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의 국가안보분야 선임연구원인 맥스 부트는 <전쟁이 만든 신세계> 에서 지난 500년간 신기술이 새로운 전술과 결합해 전쟁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킨 모습을 화약혁명, 제1차 산업혁명, 제2차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 네 가지 대변혁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전쟁이>
화약혁명에서는 영국 해군이 고성능 함포와 해전 전술로 승리한 스페인 무적함대와의 전투, 제1차 산업혁명에서는 영국군이 기관총과 대포의 우위를 보여준 수단 옴두르만 전투(1898년)와 증기선을 주력으로 한 함대가 사상 최초로 격돌한 일본과 러시아의 쓰시마전투(1905년), 제2차 산업혁명에서는 항공모함 등에서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갖춘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년)과 장거리폭격기를 보유한 미국의 도쿄공습(1945년) 등의 사례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정보혁명으로 걸프전쟁(1991년)과 아프가니스탄전쟁(2001년), 이라크전쟁(2003~2005년) 등을 살펴본다.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스마트폭탄 등 첨단 무기로 압승한 걸프전 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전쟁방식을 쓸모없게 만드는 군사혁명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논쟁이 일어났으나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군사혁명이 기술 외에도 조직과 전략, 전술 등 다양한 인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분석, 기술결정론과 심리결정론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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