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대선 전에 급등했던 이른바 '이명박주'가 대선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대선 승리를 기대하며 부풀었던 거품이 거의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의 실적을 최대한 앞당겨 주가에 반영하는 시장의 버릇 때문일 게다.
그러나 '이명박주'가 대선 승리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정책에 따른 관련기업의 영업실적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대선 승리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길 까닭이 없다.
이 당선자의 떠오르는 권력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는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에서도 증시 투자자들의 '앞당겨 생각하기' 버릇이 엿보인다. 앞으로 두 달이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현재의 권력보다, 그때부터 현실이 될 확정적 미래의 권력이 커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의 권력도 분명히 존재한다.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없어 미래를 제약하는 힘이 떨어지긴 하지만 당장 필요한 권력작용은 여전히 현 정권의 몫이다.
■ 정상적 인수 확인할 첫 기회
이런 현실이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은 두 달 동안 이뤄질 권력인수를 너무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경험적 근거도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권력인수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93년의 YS 취임, 98년의 DJ 취임, 2003년의 노 대통령 취임 등에 앞서 이뤄진 권력인수 과정은 모두 순조로웠다는 게 일반적 기억이다.
그러나 이런 기억이 정확한 것인지가 궁금해서 10년 전의 신문을 들춰 보았더니 이상한 기사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을 맞아 DJ는 "김영삼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지시하면서도 이른바 'IMF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따지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를 받은 인수위원회는 "나라 경제를 부도 직전으로 몰고 간 경제실정 책임을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며 그것이 결코 '취임 전 사정'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밝힌다는 정권인수 차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인수위의 단호한 자세 때문인지, 청와대는 물론 정부 각 부처에서 문서파기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자 인수위는 "결재한 문서는 물론 정책보고서나 회의자료 등 결재하지 않은 문서까지도 철저히 보존할 것을 현 정부에 공식 권고한다"며 "특별한 사유나 정당한 절차 없는 문서파기는 의법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초의 실질적 정권교체를 위한 권력인수가 그리 순조롭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IMF 사태'라는 특수상황에 비춘 축소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누구나 봉고차 한 대 정도의 자료는 집으로 싣고 갔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생생한 증언에서도 드러나듯 양측의 신경전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이 당선자의 취임은 그때 이후 첫 정권교체이고, 'IMF 사태'와 같은 특수상황이 없다는 점에서는 순조로운 권력인수의 가능성을 확인할 최초의 기회이다. 따라서 이번에 권력인수 작업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한국민주주의 역사에서 충분히 작은 매듭은 될 만하다.
이 매듭이 얼마나 매끄럽게 지어질지는 주로 현재의 권력에 달렸지만 미래 권력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수위 구성 전이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밝힌 것은 일단 희망적이다. 반면 '이명박 특검법'을 두고 한나라당이 잇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을 보면 희망이 흐려진다.
■ 사회적 갈등 단기에 끝내야
현재의 특검법이 정략적 도구라거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특검이 이 당선자의 도덕성이 아니라 위법성 여부를 다룰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와 다른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미래의 권력이 강요할 수는 없다. 압도적 표차를 근거로 이 당선자의 '특검 수용' 약속을 저버려서도 안 된다. 다만 이미 조짐이 뚜렷한 사회적 갈등이 길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조기 종결 쪽으로 가닥이 잡히길 기대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