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살수기를 사용하거나 갯벌을 밟고 다니면서 펼치는 방제작업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 방법입니다.”
충남 태안 기름 오염사고 현장에서 1주일 동안 방제작업을 도왔던 해외 방제전문가들이 21일 해양수산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출국에 앞서 그간의 방제활동과 향후 전망 등을 밝혔다. 설명회에는 유럽위원회(EC)와 유엔 공동자문단, 유엔개발계획(UNDP), 미국 해안경비대(USCG), 해양대기청(NOAA) 조사단 등에서 온 8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_눈에 보이는 방제는 끝난 것 같은데, 자원봉사자들이 앞으로 할 일은.
“할 수 있는 작업은 다 했다고 본다. 필요한 작업은 모래 속 기름을 빼는 작업 정도만 남았다. 이젠 해안 조사를 통해 장기 복원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특히 고압 세척기 등을 동원하면 모래 속에 살아 있는 식물이 다 죽을 수 있다. 또 해변을 자꾸 밟으면 기름이 땅 아래로 스며들어 고착화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갯벌은 기름이 잘 스며들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심스레 걷어내야 한다. 절대 밟고 다니면 안 된다.”
_현지 어민이나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기름에 발암 물질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일상에서 접하는 담배연기나 매연과 비슷하다. 이것보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게 더 위험하다고 본다.”
_생태계는 얼마나 파괴됐는가. 예상 회복 기간은.
“회수된 기름은 일부분에 불과해 실질적인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회복 기간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미생물학자들에겐 4년이 될 수 있지만 양식업자들에겐 10년이 될 수 있다.”
_가라 앉았던 타르덩어리가 발견되는데.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 수개월 후 떠오를 수 있다. 타르덩어리는 화학적으로 크게 해롭지는 않다. 물리적으로 조류 등 생물에 직접 부착된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독성 물질은 결코 아니다.”
_한국의 초기대응은 적절했다고 보나.
“현장에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3, 4m의 높은 파도에서 오일펜스나 방제장비를 이용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작은 파도만 쳐도 유화수기 등 핵심장비 사용도 힘들다. 하지만 2주 만에 해안가 방제작업을 훌륭하게 해낸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연대정신은 다른 국가도 교훈으로 삼을 만큼 대단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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