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가시를 감추고 있지 않을까. ‘성실한’, ‘반듯한’ 이미지가 씌워진 배우 김강우(29)와 마주앉아 든 첫 느낌이다. 보드라운 표정 아래 날카로운 공격성이 만져지길 은근히 기대했다. 꽃미남과 터프가이 사이 3분의 1 지점에 놓인 듯한 얼굴과 나른하게 가라앉는 목소리. 그런 청년의 모습에서 야생성을 찾는 것은, 그를 ‘배우’로 발견하고 싶은 일종의 욕심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 성격을 나도 잘 모르겠다. 굉장히 팽팽하다가도 한없이 늘어지고, 강박감이 있는 것 같지만 욕심을 크게 내지는 않고….”
묽은 우윳빛 색감으로 떠오르는 그가 <가면> (감독 양윤호)에서 강력계 형사 조경윤으로 변신했다. 가죽 재킷이 퍽 어울리는 거칫한 때깔. 전에 보지 못했던, 김강우의 새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김강우의 맨얼굴은 아닌 것 같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무척 담백했다. 가면>
“개인적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배우이고 싶지는 않다. 10개의 영화를 한다면, 그 각각의 영화 속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면 배우로서 행복할 것 같다. 현장에서는 늘 ‘내가 최고다’라는 텐션(긴장)을 갖지만, 카리스마를 가져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전작의 단순하고 2차원적인 역할에 비해, 이번 영화의 캐릭터는 상당히 복층적인 심리의 소유자다. 외적인 이미지에서 캐릭터의 내면을 묻는 질문으로 넘어가자, 김강우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이 다 있지 않은가. 동성애적인 성향이 있지만, 그걸 감추려고 오히려 마초적으로 행동하고, 의지가 강한 것 같지만 마지막엔 처음부터 끌렸던 대상에 순수하게 다가간다. 여리면서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남성성이 느껴지지만 수컷의 향취를 풍기지는 않고, 꽃미남이라는 범주에 넣기엔 골격의 중량감이 두드러진다. 그런 이미지로, 대중의 머릿속에 조금씩 김강우가 박혀간다. 배우로서 가장 두려운, 정형화의 과정이다. “고민이다. 한계일 수도 있고 자산일 수도 있는데…. 아직 내 이름을 걸고 한 영화가 몇 편 안 된다. 그런 이미지로 규정되기엔, 나한테는 달릴 일이 너무 많아서. 더 뛰어 봐야겠지.”
올해 초, 김강우는 “초조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3편의 영화를 끝내고도 차일피일 개봉이 늦춰졌다. “우리 영화가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았다.” 애써 담담했던 시간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연말, 그는 겹경사를 맞았다. 5월 개봉한 <경의선> 으로 토리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1월 개봉한 <식객> 이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후반기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차지했다. 식객> 경의선>
추임새처럼, 차기작 선택에 대한 질문을 붙였다. 돌아온 대답이 무척 솔직했다. “내 주제에 무슨…. 아직 시나리오를 늘어놓고 고를 형편이 아니다. 들어오는 몇몇 작품 중에 하나를 골라야 된다. 솔직히 말하면, 차기작이 없다. 3월 말에 <식객> 끝내고 쭉 놀았는데, 봄에는 뭐라도 시작해야 하는데….” 식객>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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