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어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신 발전체제를 열겠다"며 "창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첫 번째 소명을 '경제 살리기'로 규정하고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이념적 균형과 분배에 치우쳤던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실용과 성장, 효율과 쇄신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선거 기간 중 그는 '연 7% 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 이라는 공약과 함께 일자리, 지방경제, 중소기업, 자영업자, 복지, 조세, 부동산, 노사,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많은 약속을 쏟아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삶의 질이 오히려 낮아지고 글로벌 국가 생존력마저 위협 받게 됐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 약속을 믿고 표를 몰아줬다. 이 같은 여망과 기대에 비춰 그의 일성(一聲)은 당연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본인의 당선만으로도 기업의 투자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며, 대통령직 인수위가 구성되면 곧바로 직종별 경제인들을 만나 투자환경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를 친기업정서 조성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CEO와 서울시장 등을 지내며 성과와 실적을 중시해온 그의 성향이나 참여정부와의 분명한 차별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예상된 행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이 당선자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가 '성장률 하락, 경상수지 적자, 물가 급등'의 3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의존도가 70%대인 한국 경제가 미국경제 침체, 중국경제 긴축, 고유가, 저달러 등 글로벌 악재의 태풍권에 접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적으로도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의 투자의욕 저하, 소득 양극화에 따른 소비 부진, 건설경기 침체, 노사관계 불안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쌓여 있다. 삼성 특검과 BBK 특검, 정권교체기의 사회적 이완, 총선 변수 등의 경제외적 교란요인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단기 성과에 집착해 성급하게 과잉의욕을 부리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연 7% 성장만 해도 현재의 성장잠재력으로는 먼 얘기이며 연 60만개 일자리 창출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돈을 퍼부어 1~2년은 억지로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 힘든다.
정부 지출을 10% 줄여 법인세와 유류세 등을 깎아준다는 구상도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등의 재정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책은 결국 선택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이 당선자는 지금 주요 공약을 모두 펼쳐 놓고 일의 순서와 완급을 잘 따져봐야 하다. 청계천 복원이나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때처럼, 필요하면 국민들의 이해와 인내를 설득하는 용기도 보여 줘야 한다.
국민들 역시 기대수준을 조절하며 '국민성공시대' 개막을 위해 요구되는 책임을 함께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당선자와 국민이 이 같은 계약에 동의할 때 경제 살리기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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