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증시 주변에서는 ‘랠리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 공약인 ‘7-4-7’(7% 경제성장ㆍ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ㆍ7대 경제 강국 진입)에서 엿볼 수 있듯, 이 당선자가 성장 위주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경제가 신용경색 위기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만큼 증시의 상승 반전이 그리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20일 국내 증시는 선거 직후인데도 글로벌 해외 약세의 영향으로 17.10포인트(-0.92%) 떨어져 새 정부 기대감보다는 글로벌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 MB랠리 가능하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우선 이 당선자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쓸 공산이 크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노무현 정권을 제외하고는 집권 초기에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써서 주가 상승에 원동력을 제공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경제와 금융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기부양과 규제 완화를 통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는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 4월 총선까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과 맞물려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두 차례의 선거는 투자심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상은 금물
하지만 성장 드라이브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시각은 막연한 기대감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이 당선자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기업 및 미시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신규 사업을 공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글로벌 증시 환경이 불투명한데다 지금은 투자와 개발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도 “과거 정권과는 달리 이 당선자는 경기 정점에서 직무를 시작할 공산이 크다”며 “국내 증시는 경기부양책 보다는 글로벌 경제와 연관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 증시가 유례없는 활황을 맞은 데는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갈 데 없는 뭉칫돈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살아나면 증시로 유입된 자금들이 고수익을 찾아 빠져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 정책 수혜주는?
전체 증시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지만, 수혜를 입을만한 업종에 대해선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최고 수혜 분야는 건설 업종. 이 당선자가 30여년 동안 건설업에 종사한데다 꽁꽁 묶여 있는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을 용적률 완화로 활성화하겠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금산분리 완화, 공기업 민영화, 자립형 사립고 신설 등과 관련된 종목도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이밖에 남북 경협주도 햇볕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가 한나라당 소속이긴 하나, 명분보다는 실리 추구형이라는 이유에서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위원은 “정권 교체만으로 남북협력 기조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저임금 노동 구조는 오히려 남북경협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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