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래를 많이 안 부르고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티켓 판매에 지장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하게 됐네요.”(웃음)
소프라노 조수미(45)가 후배 성악가들과 함께 하는 ‘수미 조&위너스’ 콘서트를 위해 내한했다. 16일 광주에서 첫 공연을 가진 데 이어 군포와 부천, 대구, 성남, 수원, 부산, 고양을 거쳐 내년 1월 3일 서울까지 전국을 돈다. 테너 이정원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한명원, 소프라노 신지혜 등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무대다.
20일 금호아트홀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수미는 “한국의 이름을 걸고 노래하는 음악가들이 서로 뭉치고, 북돋아주고, 아껴주고, 도와주는 풍토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번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강형규는 “유럽에서 ‘한국 음악인들의 재능이 뛰어나다. 특히 수미 조는 최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조수미씨가 무대를 열어놨기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지혜는 “조수미 선생님 집 앞까지 쫓아가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함께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 의 질다로 데뷔한 지 21년째. 늘 화려한 것처럼 보였던 조수미는 이날 유독 집, 여자, 나만의 공간 같은 말을 많이 했다. 올해 프랑스에서 <라 트라비아타> 를, 칠레에서 <연대의 딸> 을 공연했던 조수미는 내년에는 오페라를 하지 않고 독창회 등 콘서트 위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연대의> 라> 리골레토>
“오페라를 하면 집에서 떠나 있는 시간이 너무 많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마음고생도 심해요. 전 집에 있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한 여자로서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어요.”
그는 “노래는 재능이나 테크닉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나 자신이 풍성하고, 나눠줄 수 있는 게 많을 때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부엌일도 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이날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과의 전속 계약도 발표했다. 내년 12월 세계민요가 담긴 음반을 시작으로 5년간 5장의 음반을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발표하게 된다.
1989년 이 레이블에서 카라얀의 지휘로 <가면무도회> 를 녹음한 적이 있는 조수미는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크로스오버부터 희귀 오페라까지 차곡차곡 펼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미는 내년 5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코리안 월드스타 시리즈’와 12월 음반 발매 기념 전국 투어로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가면무도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